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not caption

코로나로 인해 제작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다양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최근 기대감 속에 시리즈 1을 마친 SBS ‘펜트하우스’는 감금, 폭행, 불륜, 시체유기, 왕따 등 막장 드라마의 자극적인 요소를 한데 묶은 패키지로 뜨거운 관심 속에 시리즈 2를 기대하게끔 만들고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펜트하우스’는 100층 펜트하우스 속에서 욕망을 집어삼키는 프리마돈나, 서민에서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는 여자, 모든 것을 가지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캐릭터 등 막장의 대명사들은 모두 집합시켜 시청자들에게 강한 자극을 남겼다.

부동산 폭등, 자영업자들의 폐업, 청년들의 취업 대란 등 사람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큰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한 ‘사이다’가 필요했던 시청자들은 ‘펜트하우스’를 보면서 현실에 닥친 ‘비극’을 강한 자극을 통해 잊고 스스로 안도감을 찾으려고 했다.

‘펜트하우스’는 스토리텔링처럼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최상류층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을 토대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리의 현실을 비꼬았으며, 그런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약자들을 무시하고 이간질하는 부끄러운 민낯도 과감하게 보여줬다.

기존 많은 드라마들이 상류층의 부조리 중 특정 소재만을 주로 담아냈지만 ‘펜트하우스’는 부유층의 비리, 욕망, 출생의 비밀, 왜곡된 자식 사랑, 복수 등 사회 양극화란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고 과감한 플롯을 통해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요점을 분명히 표현했다.

시청자들은 극한의 경쟁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 악마가 돼 가는 드라마 속 부모와 자식들을 바라보며, 때론 희열을 혹은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펜트하우스’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 아닌 비판을 받았지만 주목됐던 원인은 선악의 이중적 본성을 오가는 캐릭터 설계, 인간의 양면성, 사회 시스템의 부재, 거듭되는 반전 등이 융합적으로 작용하며 큰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과한 장면을 연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중학생들이 또래 여자아이에게 누명을 씌우고 수영장에 빠트린 후 돈을 뿌리는 장면과 폐차장으로 데려가 차 안에 가두는 등 집단 폭행 장면은 청소년들이 시청하기엔 많이 부적절해 보인다.

‘펜트하우스’는 최근 심리적 박탈감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재미적인 요소를 전달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이야기 속에 물리적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난망한 현실을 더욱 그려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감수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곧 다시 나오는 시리즈2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다. 복수, 증오, 배신, 불륜 등 ‘막장 코드’를 내세운 드라마이지만 다음 편에 대한 이야기를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

또 다른 비극적 엔딩을 기대하고 나와 닮은 것 같으면서도 자극적이며 스릴 있고 욕망이 넘치는 스토리텔링은 지금같이 메마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