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2021년 신축년을 얼마 안 남긴 지난해 12월 31일 광주 말바우 시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시장을 거닐면서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2021년 신축년을 얼마 안 남긴 지난해 12월 31일 광주 말바우 시장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시장을 거닐면서 장을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1

2019년과 너무 비교되는 연말

상인들 “허리 좀 펴고 살았으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망’

시민 “안전한 삶 살고파”

가족 여행 새해 소망 꼽기도

“가족 건강한 것이 희망이죠”

[천지일보 전국=특별취재팀] “새해 소망요. 진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아 너무 힘들더라고요. 얼른 예전처럼 돌아와서 상인들 허리 좀 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앞둔 지난 12월 31일 경북 김천 평화시장에서 순대 가게를 운영하는 김한규(57, 남, 김천시 대곡동)씨의 하소연이다.

흰 쥐의 해인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가고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아왔다. 날씨가 매섭게 추워도 이맘때쯤에는 연말 분위기를 가득 느낄 수 있었다. 상가에는 트리와 새해를 맞이하는 복주머니들이 보였고, 목도리와 귀마개를 착용한 시민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쇼핑을 즐겼다. 또 두꺼운 점퍼를 입은 길거리 상인들은 입김을 내뿜으며 장사를 준비하고 일부 상인들은 난로에 삼삼오오 모여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이 2020년에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영하 10도로 떨어진 한파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며 특별 방역으로 인해 연말 분위기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힘든 삶

두꺼운 패딩을 입고 상품을 팔기 위해 서성이는 경북 김천 시장 상인들은 새해 소망에 대해 하나같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얘기를 언급했다.

황금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정미순(가명, 57, 여, 김천시 지례면)씨는 “코로나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들도 너무할 정도로 안 온다”며 “올 한해 장사도 안되고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너무 힘든 한 해였다. 제발 2021년에는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장사가 예전처럼 됐으면 좋겠다. 수입도 수입이지만,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장가도 보내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며 “이제 백신 접종을 한다고 들었다. 얼른 나라에서 국민을 위해 백신을 공급해주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나아지도록 도와주면 참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없어 가게에 앉아있던 이영화(60, 남, 김천시 황금동)씨는 “15년 이상 가게를 이어왔는데 이런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제 정말 ‘가게를 내놔야 할까’라는 생각밖에 없다”며 울먹였다. 이어 “새해에는 힘든 국민과 상인들에게 관심과 투자를 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경북 김천뿐 아니라 전국 다른 시장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남 담양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호선(58)씨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코로나다. 정말 삶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얼른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며 “새해 바라는 건 직장생활로 집을 떠나 사는 자녀들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에 풍선을 달고 오랜만에 ‘집콕’ 요리로 풍성한 식탁을 꾸미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얼른 가족들을 보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서 만난 임향민(45, 문흥동)씨는 “비록 코로나19로 힘들긴 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것들과 왜 자연훼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공부하는 기회가 됐다”며 “항상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교차하는 게 인생”이라고 철학적인 한마디를 남겼다.

목포에서 만난 김현승(40, 남)씨는 “코로나19로 힘들어지는 가운데 의료진들이 참 많이 생각난다.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헌신했던 모습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어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방수용 털신을 신고 눈·코·입만 내놓은 채 모자를 쓴 상인들은 시장을 찾은 기자를 향해 연신 해산물을 사라고 권유했다. 요즘 장사가 잘되냐는 질문에 상인들은 손사래를 치며 “코로나로 완전히 힘들어졌다. 작년에도 힘들었지만, 올해는 살기 힘들어질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가게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생굴을 손질하던 이동순(60대, 남)씨는 “30년째 이 자리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며 “작년에도 장사가 안됐지만, 올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이 일하던 가족 같은 직원들도 모두 그만둬서 현재 2명만 일하고 있지만, 보시다시피 놀고만 있다”고 울먹였다. 그는 새해 소망을 “코로나 종식과 가족 여행”이라고 답했다.

이씨는 “새해 소망은 그저 예전과 같이 사람들을 만나서 즐겁게 술 한잔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정말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가족들과 즐겁게 여행 한번 다녀오고 싶다”고 미소를 보였다.

[천지일보 동두천=송미라 기자] 경기도 동두천의 한 가게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바뀐 영업 방법을 적어놨다. ⓒ천지일보 2020.12.31
[천지일보 동두천=송미라 기자] 경기도 동두천의 한 가게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라 바뀐 영업 방법을 적어놨다. ⓒ천지일보 2020.12.31

◆자영업, 변한 일상 회복하길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모든 일상이 변했다.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종식(40대, 남)씨는 “명동에서 10년 이상 장사를 했다. 요즘처럼 장사가 잘 안됐던 적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코로나도 없어지고 가게도 좀 잘 풀려서 대박 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2021년에는 대박 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명동역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민지(가명, 30, 여)씨는 “올해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소상인들이 걱정이 많았다. 장사가 잘 안될까 봐 하루라도 발 편히 뻗고 자본 적이 없다”며 “날도 추운데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건강이 최고다. 내년에는 경기가 잘 풀려서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광주 광산구에서 작은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현석(가명, 55, 남)씨는 “매일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도 자주 못 보고 마음대로 왕래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하지만 곧 변했던 일상의 모습들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목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준혁(49)씨는 “와이프랑 애들과 10년 만에 여행 가려고 준비해놨는데 코로나 때문에 취소했다”며 “내년엔 제발 좀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돼 가족과 함께 여행 좀 가고 싶다”고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박씨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듯이 새해에는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 전 세계적으로 경제 호황을 이루고 모든 사람이 올해보다 행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를 다니는 이준현(43, 나주시)씨는 “코로나 안정기까지 종교시설을 폐쇄하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됐으면 좋겠다”며 “신년엔 코로나 없는 세상에서 가족과 계획했던 유럽여행과 캠핑, 영화관 등에서 추억과 낭만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목포에 사는 민현미(가명, 40)씨는 “올 한 해 코로나로 인해 지옥 같은 하루하루였다”며 “새해 소망은 코로나가 빨리 끝나 안전한 삶을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소상공인들만 재난지원금 지급한다고 하는데 서민들 모두가 살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영국발 변종 바이러스까지 이미 들어와 너무너무 불안한 데 차별화된 정부 정책으로 더 소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천지일보 안산=김정자 기자] 경기도 안산의 한 가게가 코로나19로 인해 텅 비어있다. ⓒ천지일보 2020.12.31
[천지일보 안산=김정자 기자] 경기도 안산의 한 가게가 코로나19로 인해 텅 비어있다. ⓒ천지일보 2020.12.31

◆취준생, 코로나로 취업문도 ‘꽁꽁’

지난주 새로 일자리를 구한 최은지(20대, 여, 서울 영등포)씨는 “코로나로 이전에 다니던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장님들이 코로나와 다양한 이유로 아르바이트도 채용을 잘 안 한다”며 “비록 계약직이지만 일을 구해서 다행이다. 부디 새해에는 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제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새해엔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에도 나가보고 싶다”며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게 연말 행사였는데, 집에만 있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방에서 경기도로 올라왔다는 김주현(30대, 여)씨는 “수도권에 올라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직장을 잃어버려 많은 것들을 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새해에는 코로나도 끝나고 일자리도 구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새해를 산에서 혼자 맞이할 거라는 김주현(20대, 남, 대구시)씨는 “이번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친구들 모두 취업이 잘 안 돼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2년째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는 김씨는 “새해에는 좋은 직장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체험형 인턴을 하반기에 했는데, 개인적으론 좋은 경험이었지만 전체적으론 단순히 고용지표 늘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정부에서 코로나뿐 아니라 취준생 관점에서 정책을 좀 더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모든 국민이 잘살게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전했다.

김태민(20, 남, 구미시)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가 발생할 때는 그냥 곧 끝나겠지 하고 막연히 지냈는데 벌써 한해가 다 지났다”며 “내년에도 코로나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여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 공부를 더 하고 새벽에는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는 내년에도 계속 쓸 것 같다. 무엇보다 치료제가 빨리 개발돼 다시 예년처럼 잘 지내고 일자리도 구해져,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경기도 한 가게에 점포정리 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천지일보 2020.12.31
[천지일보 경기=이성애 기자] 경기도 한 가게에 점포정리 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천지일보 2020.12.31

◆시민들 ‘코로나 종식’이 제일 큰 소망

만나는 시민마다 새해 소망으로 ‘코로나 종식’을 꼽았다.

양주에서 만난 이현정(가명, 40, 여, 옥정동)씨는 “올해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가장 힘들었다”며 “새해에는 애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에 사는 김은숙(가명, 40, 여)씨는 “온 국민이 코로나로 힘들어할 때 출산을 했다”며 “출산과 아이 백일이 됐는데도 함께 모여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건 남편뿐이다. 이 상황이 너무 마음 아프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큰 아이는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에서 혼자 노는 것이 익숙해졌다”며 “애들이 밖에 나가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집에만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서글퍼졌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내년에는 마스크 좀 벗고 코로나 백신이 하루속히 나와서 온 가족이 모여 둘째 아들의 행복한 돌잔치를 해주고 싶은 게 소망”이라고 전했다.

포천에 사는 김선미(54, 여)씨는 “코로나로 남편 직장 출근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며 “새해에는 지금보다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안산에 사는 민성은(가명, 49, 여)씨는 올해 되돌아보니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코로나19, 박원순 시장의 스캔들과 자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꽃 전쟁, 신천지 31번 확진자와 대구, 종교에 대한 재조명·재해석평가들,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 사태, 법정스님은 무소유보다 소유를 택했다” 등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민씨 “코로나로 인해 마음대로 활동을 할 수 없어서 답답했고, 오랜만에 가족들과 휴가를 가기로 계획이 돼 있었는데 모두 취소가 되어서 마음이 아팠다”며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부모님과 남편,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는 코로나가 얼른 끝나서 마스크도 벗고 다니고 나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것을 배워 봐야겠다”며 “코로나로 인해 변한 자연을 감상 할 수 있는 전국여행을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안산 일동에 사는 이진영(가명, 59, 여)씨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코로나 걸릴까 봐 무서워서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것이 가장 슬펐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져서 마스크도 벗고 다니고 건강도 회복되어서 직장도 다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무등도서관 인근 도심 근린공원에서 만나 한 어르신은 “집에만 있으니 몸이 자꾸 굳어가는 것 같아 운동하러 나왔다”며 “맨손 체조라도 하고 들어가면 한결 기분도 좋다”고 새해 건강해지길 소망했다.

공원 주변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걷기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도 눈에 띄었다.

김윤하(45, 여, 광주시 운남동)씨는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고 날마다 아이들과 불안해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길 바란다”며 “그러나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가사와 육아 일에 찌들어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는데 코로나로 좋아하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오히려 잠깐의 휴식과 같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오는 2021년 새해에는 제발 코로나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란다. 모든 일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정말 좋겠다”고 소망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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