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본질적으로 화합을 지향한다. 그 화합은 민생을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은 정치적으로도 ‘선진성’을 담보하고 있다. 비록 내부 갈등과 다툼이 거치질 않고 있더라도 끝내는 화합의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나라 가운데 정치적인 후진국은 없다. ‘민생정치’야 말로 선진국의 가장 중요한 잣대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지난해 한국정치는 선진국은커녕 거의 후진국 수준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대 최악의 20대국회 후반기를 보낸 뒤 21대 총선까지 치렀지만 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독주하는 여당, 반대만 남발하는 야당이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정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정치가 실종된 그 자리에는 ‘대치(對峙)’가 자리를 잡았다.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져서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으며 적의(敵意)를 공공연하게 표출시켰다. 정치 후진국의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가 실종되다 보니 민생의 고통은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음에도 정치는 국민의 것이 아니었다. 특히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과 전셋값 폭등은 대부분의 국민을 분노케 했다. 오죽했으면 ‘영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싶다. 이에 따라 주요국 가운데 명목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어느새 100%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까지 더하면 우리는 온통 빚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절박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영세 사업자들의 피눈물 그리고 갈수록 확대되는 부의 양극화 문제는 이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우리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민생정치의 실종은 대부분의 국민을 절망케 한다. 허구한 날 싸움질만 하는 그런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거대 여당은 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 야당 탓만 하는 집권당은 집권당 자격이 없다. 힘이 센 쪽이 힘이 약한 쪽을 끌어안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협치의 대전제다. 야당도 걸핏하면 반대나 하는 그런 ‘반대당 프레임’을 깨야 한다. 반대만 하다가 당 지지율이 올라본들 그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새해 신축년(辛丑年)은 우직한 소띠 해다. 소는 힘이 세지만 남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마침 4월엔 재보선이 있고 뒤이어 대선정국이 열릴 것이다. 민심의 향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이참에 우리 정치권도 정쟁 대신에 정치를, 대치 대신에 협치가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에게 헌신하는 민생정치의 꽃이 활짝 피어나는 그런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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