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쥐의 해가 저물고 흰소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쥐띠 해에 역병이 창궐했다는 게 참으로 묘하다. 원래 쥐는 온갖 병균을 옮기는 동물이다. 유럽사를 바꾼 페스트를 옮긴 주범도 쥐였다. 코로나19 진원지도 박쥐였으니 쥐와 무관하지 않다. 쥐를 지혜로운 영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교활한 사람을 쥐에 비유한다. 전대미문의 경자년 쥐띠해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인간이 재앙 앞에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 준 한 해였다.

올해 마지막 시점에 터진 코로나19 집단감염 조짐이 심상치 않다. 연일 확진 1000명을 오르내리는 것은 물론 동부구치소에서만 무려 700명이 넘게 감염됐다.

발병 원인을 보면 그간 자화자찬하던 K방역은 허상이었음을 본다. 신입이 들어오면 기본적인 전수검사나 격리조치 없이 바로 기존 인원과 공동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이제 와 전수검사를 하느라 허둥댄다는 건 충격적이다. 지금껏 감염자가 없었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올해 코로나19는 문재인 정권에는 더 없는 호재였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을 뒤덮을만한 사안이 쉬지 않고 터졌지만 코로나19 덕분에 반발을 잠재우고 통제를 강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희생양 삼을 만한 대상도 없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말과 달리 부동산 급등으로 나타났고, 검찰개혁은 검찰총장만 쫓아내려다 실패해 공감대는 얻지 못하고 반감만 키웠다. 그나마 인기 비결이던 K방역마저 확진자 폭발에 백신 확보까지 제때 안 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 모든 것이 당장의 인기와 성과만을 강조하며 국정을 운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보만리’라는 말이 있다.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뜻으로, ‘인내하며 끝까지 나아가면 뜻을 이룬다’는 의미다.

2020년 국민을 편 가르는 자들로 인해 누군가는 너무 아픈 한 해를 보내야 했다. 2021년 흰소의 해에는 소처럼 묵묵히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참 정치인들로 인해 치유받고 회복하는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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