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시인 박세현은 ‘하고 싶은 말을 시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될말을 대충 쓴 시를, 나는 지지한다’라고 시집 표사에서 밝히고 있다. 이 말은 시인의 시작 태도를 가늠하게 하는 말이다. 의미와 의미의 갱신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세계 혹은 현실이 능청스럽게 감추고 있는 허구적 환상을 일상어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이 시집의 가치다.

시집 뒤에 붙은 자작의 인터뷰를 통해 시인은 자신의 문학적 입장을 잘 정리하고 있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이라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말은 박세현의 시에도 적용된다. 다만 그는 언어라는 기표를 혹은 거기에 묻어 있는 의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부정해나가는 시쓰기를 기획한다. 그러나 시는 읽는 장르가 아니라 쓰는 장르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좋은 시가 아니라 좋은 시가 있다는 환상을 지속적으로 환기한다. 

박세현 지음 /예서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