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포스터
기생충 포스터

기생충으로 미래 밝았던 영화계

코로나19로 최악의 사태 맞이해

극장 대신 OTT 택하는 대형작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올해 초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하는 기염을 토하자 한국 영화계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영화계는 끔찍한 한 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과 출연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9

◆ 오스카 4관왕, 기생충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으로 한국영화계는 나날이 기대감이 높아졌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을 위한 오스카 레이스가 긍정적으로 이뤄지면서 최초 한국 영화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결국 지난 2월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4번이나 불렸다. 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92년 오스카 역사상 아시아계 작가가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고 작품상과 국제영화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도 최초였다. 최초의 최초를 이루어내며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던 기생충은 한국 영화계의 밝은 미래를 예견했다.

이후 배우들의 행보 또한 바빠졌다. 송강호는 새로운 소속사로 둥지를 틀면서 차기작 촬영에 들어갔다. 그는 항공 재난을 소재로 다룬 대작 ‘비상선언’과 여자 배구단의 드라마틱한 도전을 그리는 ‘1승’,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진출작 ‘브로커’ 등을 택하면서 기대감을 안겼다. 거기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밝힌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인’에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조여정은 현재 드라마 ‘바람피면 죽는다’에서 범죄소설가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으며 이선균은 주지훈과 함께 영화 ‘사일런스(가제)’ 촬영에 임하고 있다. 최우식은 영화 ‘사냥의 시간’과 예능 ‘여름방학’을 통해 팬들을 만났으며 박소담은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사랑과 일을 쟁취하는 ‘청춘’의 모습을 보였다.

반도 포스터
반도 포스터

◆ 끔찍한 결산표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영화산업 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영화 산업 전체 매출은 지난해 2조 5093억원 대비 63.6%가 줄어든 9132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어쩔 수 없었다. 먼저 한 곳에 모여 영화를 보는 영화관의 구조상 코로나19에 취약한 장소로 지정이 됐고 지난 1월 31일 국내 5번 확진자가 영화관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자 극장은 곧장 휴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코로나19가 2월 대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개봉 예정작들은 줄줄이 개봉 연기를 선택했고 영화관들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결국 4월에는 2004년 집계 이후 최초로 일일 관객수 1만명대를 기록하면서 최저의 수치를 보였다.

6월이 되자 조금씩 희망이 보였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영화 할인권을 배포하기 시작했고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코로나19 위기경보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 됐던 2월 23일 이후 111일 만에 일일 관객수 20만명 돌파하면서 극장가는 활기를 찾는 듯했다. 2020년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반도’가 개봉을 하면서 주말 관객수 133만명을 기록했고 잇따라 ‘강철비2: 정상회담’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개봉하자 멀어졌던 관객들의 발걸음이 다시 극장으로 몰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8월 사랑제일교회 발 유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됐고 2차로 배포되던 영화 할인권 또한 중단됐다. 그래도 추석이 되자 추석 특수를 바라며 ‘국제수사’ ‘담보’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등이 개봉됐고 10월에는 ‘소리도 없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극장가를 휩쓸었다. 하지만 12월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극장가는 다시 조용해지고 말았다.

승리호 포스터
승리호 포스터

◆ 탈출구였던 ‘넷플릭스’

2020년 드라마와 영화에서 ‘넷플릭스’는 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중의 하나인 넷플릭스는 거대한 자본으로 판권과 지식 재산권을 사들이고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극장가에 위협이 됐다. 영화계는 제작비라도 회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극장 대신 넷플릭스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했던 7~8월에 ‘반도’ ‘강철비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대형 영화들이 개봉했으나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진행되면서 대형 영화들은 넷플릭스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는 ‘사냥의 시간’과 ‘콜’이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제작비를 회수하는 모습을 봤고 긍정적인 성적 또한 거두면서 다른 영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텐트폴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 행을 선택하면서 이러한 시류에 더 큰 영향을 끼쳤으며 ‘차인표’ ‘낙원의 밤’ 등의 기대작들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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