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독일 슈베린의 헬리오스 클리닉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센터에서 테사 불턴(왼쪽)이 산타클로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1일 독일 슈베린의 헬리오스 클리닉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센터에서 테사 불턴(왼쪽)이 산타클로스에게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부분 나라서 방역 규제 강화

“가족 못만나는 성탄절은 처음”

英 변종 바이러스로 여행 금지

참사 겪은 레바논은 규제 완화

“산타는 백신 맞아서 이동 가능”

[천지일보=이솜 기자] 몬트세라트 파렐로(83)는 8년 전 남편을 잃었고 이후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과 함께 한 크리스마스 모임은 외로움을 잊는 데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파렐로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험 때문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그의 집에서 홀로 휴가를 보내게 됐다.

파렐로는 “대유행의 시대에 외로움과 분노를 느낀다”며 “이 시기는 애정도 따뜻함도 없는 삶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 해 대유행 속 불확실성과 혼란을 겪은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연휴만큼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구촌은 고립의 계절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애도하며 직업을 잃을까봐 걱정하거나 더 전염성이 높은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은 전 세계 달라진 크리스마스 풍경을 전했다.

영국 런던과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페루에서는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의 방문을 막기 위해 차를 운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 당일 또는 새해 첫 날에 해변에 갈 수 없도록 조치를 내렸다.

미국엔 전국적인 여행 제한은 없지만 보건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집에 머물면서 모임을 제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여행객들이 검사나 검역을 받아야 한다.

미국 미시간주 변호사인 미셀 달레어(50)는 이번이 버지니아 북부에 살고 있는 그의 아버지를 만나지 않는 첫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레어는 만성질환이 있었고, 이에 부녀는 올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만날 필요가 없다고 결정했다. 달레어는 “슬프지만 아버지를 다시는 보지 못하는 것보단 낫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은 브라질에서 프란시스코 파울로(53)도 이번 휴가 페르남부코주에 있는 그의 나이든 어머니에게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파울로는 “5월에는 어머니를 보러 갈 건데, 그때까지 어머니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탈리아 북부 알자노 롬바르도의 한 양로원에서 할머니가 ‘산타의 손자’라는 기구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보낸 기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19일 이탈리아 북부 알자노 롬바르도의 한 양로원에서 할머니가 ‘산타의 손자’라는 기구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 보낸 기증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늦추기 위한 봉쇄로 경제가 악화한 후 재정적인 불확실을 겪으며 휴가를 보내고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해 온 이탈리아 요리사 마테오 제가(25)는 프랑스에서 1월 중순까지 술집과 식당이 문을 닫도록 명령을 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제가는 “지금 상황에 매우 스트레스가 크다”면서도 “하지만 고통을 받거나 죽어가는 사람이 많으므로 불평하지 않겠다. 우리는 일, 돈 등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살아있고, 건강하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확인됐고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봉쇄 이후 빈곤에 빠졌지만 사망률이 날로 높아지자 정부는 추가 제한을 가했다.

영국에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네 지역은 모두 당초의 크리스마스 휴가 계획을 포기했다.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지만 이제 매일 새로운 감염이 급증하면서 공포의 기운이 크리스마스를 감돌고 있다. 특히 새로운 바이러스의 변종이 런던과 그 주변 지역에서 급증하면서 침울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홍콩에서 금융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제임스 렌은 영국의 상황에 낙담했다. 그는 본래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비행기를 타고 아일랜드에 가려고 했지만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여행 금지로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일랜드 밖에서 수 년 동안 살았지만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매우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많은 나라들이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동에서 기독교인들의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레바논은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함에도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항구 폭발로 악화된 경제 침체를 부양하고 절망스러운 분위기를 개선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런 조치도 일부에게는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디알라 파레스(52)는 “휴일 이후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사람들은 모든 것이 정상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산타클로스가 여전히 자신의 마을에 오고 있다는 소식은 아이들에게 안심이 됐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 20일 세서미 스트리스 캐릭터들과 함께 CNN 특별프로그램에 나와 그가 북극에 가서 산타들에게 직접 백신 주사를 놓았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산타는 굴뚝으로 들어와 선물을 놓고 갈 수 있다. 산타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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