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제야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도입이 늦어진 이유로 7월엔 국내 확진자가 적었고 전문가들도 백신 도입 신중론을 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7월 회의 현장에 있던 전문가가 ‘공격적 백신 확보’를 촉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중국은 자체 생산한 백신을 100만명이 맞았다. 영국과 미국도 이미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 중이다.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30여개국이 연내 백신도입을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한국은 빨라야 내년 2~3월에 백신이 국내에 들어온다.

문 대통령은 여론이 악화되자 관계자들에게 백신 확보가 늦은 것을 질책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 종식이 머지않았다고 말한 대통령이 상황을 정말 모르고 한 말인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백신 확보를 서두른 이유는 국민의 생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명보다 ‘여론’을 더 무서워하는 듯싶다. 본질이 호도된 정치적 선택의 결과는 국민을 위험과 혼란에 빠트려왔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정부의 모습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민 생명이 달린 일이라는 점에서 그냥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겨울이 되면 확진자가 속출할 수 있다면서 독감과 코로나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예방 차원으로 독감 백신을 맞으라고 부르짖었던 정부다. 올해 유독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속출 기사가 나왔어도 괜찮다며 백신 접종을 강권했던 정부다. 그런 정부가 임상시험 3상을 진행 중이던 백신은 ‘부작용’ 우려로 확보조차 안 했다니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정부에 가장 어울리는 신조어 한자성어가 있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치·사회 전반에 소모적인 투쟁이 반복되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보여준 일구이언(一口二言), 이율배반, 모순덩어리 정치 행보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격이다. 독감백신 부작용은 괜찮고 코로나 백신 부작용은 위험하다더니 여론이 부글거리자 갑자기 코로나 백신 부작용이 사라졌는지 급히 백신확보에 나선 정부. 남보다 몇 달 늦게 확보에 나선 결과는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내년 경제전망까지 어둡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일구이언(一口二言)하지 말고 판단력 부재로 인한 ‘백신 도입 실책’을 인정하고 백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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