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광주 정말 좋아해요. 5월이면 망월동, 금남로에 오곤 해요.”

“자주 오고 싶은데…. 아, 아쉽다” “벌써 5년째 광주에 오고 있는데 올 때마다 새롭죠.”

부산 젊은이들이 망월동 묘역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 15일, 매년 5월이면 광주를 찾는다는 부산청년회(회장 안혜영) 회원 30여 명은 올해도 어김없이 5.18주간에 망월동으로 향했다.

이들은 5.18항쟁지를 답사하고 체험하는 ‘민주올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인데, 이는 올해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에서 5.18민중항쟁의 의미와 정신을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마련됐다.

20~30대로 구성된 부산청년회 회원들은 이날 구 도청~전남대~상무대 영창~망월도 묘역 등을 찾아 체험 프로그램 및 강연을 통해 31년 전 광주항쟁의 의의에 대해서 되짚어 보았다.

특히 상무대 영창 코스에서 만난 김춘국 씨로부터 국가 폭력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광주항쟁 당시에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김 씨는 “항쟁 전에는 이렇게 앞니가 없지도 않았고 얼굴도 멀쩡 했지라. 나 말리러 나온 형님하고 같이 잡혀서 상무대 영창서 온갖 고생도 당했당께요”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결국 형님이 먼저 돌아가셨는데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 가장 마음이 아파요. 모두가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한 목소리를 외쳤던 것을 기억하고 이제는 여러분들이 하나 돼 대동단결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읍소했다.

31년 전 20대 혈기 가득한 민주열사는 벌써 중년이 되어 후대들에게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아름다웠던 기억이자 아픔이기도 한 광주항쟁에 대해 전달했고, 이를 들은 청년들은 박수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올해로 5년째 5.18주간에 광주를 찾고 있다는 이지은(26, 여) 씨는 “광주항쟁에 참여하신 선생님의 이야기는 어떤 영상이나 매체보다 확실하게 여러 모로 와 닿았다”며 “우리 세대가 정의와 용기를 가지고 나가서 훌륭한 선진국을 만들라는 개인의 소망도 전해 들으니 마음이 숙연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 5.18행사위원회가 진행하는 민주올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청년회 회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청년들의 권리추구에 앞장서고 있는 부산청년회는 창설된 지 23년이 됐다. 사회적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워나가는 단체다. 이들은 이를 통해 5.18정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으로 작용했음을 이해하게 돼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지닌 광주를 찾게 됐다.

민주올레의 마지막 코스인 망월동 묘역에 이르자 회원들은 또 다시 숙연한 얼굴로 묘역 하나하나를 마주했다. 비석의 글귀를 읽으며 봉분을 쓰다듬던 손길들은 발걸음을 옮기어 국립5.18민주묘지에 위치한 5.18추모관에 이르렀다. 영상과 사진기록들이 보여주는 광주항쟁에 회원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시물들을 손으로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이렇게 약 4시간의 탐방이 끝났다. 이제는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는 회원들. 누구의 이끌림이나 강압적인 참여가 아닌 자발적으로 광주항쟁과 5월의 광주를 기억하기 위해 부산에서 광주까지 향한 발걸음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망월동 묘역에 내년을 기약하는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박진우 사무처장은 “광주항쟁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광주시민 전체가 항쟁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친 역사는 희귀한 부분이잖아요. 이렇게 광주를 찾아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당시의 현장을 느껴보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라고 전했다.

민주올레 프로그램이 끝나고 난 뒤 망월동 묘역에는 여전히 ‘임을 위한 행진곡’이 5월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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