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신행정부가 펼쳐낼 대북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신행정부가 펼쳐낼 대북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6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남·북한 모두 바이든 행정부 외교정책에 관심

“바이든 다자주의 강조, ‘동맹국 공조’ 중요시”

“종전선언, 법적 효력 없어… 평화 구상 첫 관문”

“북미협상, ‘이란식 해법’인 단계적 방식 될 듯”

“방위비 합리적 타결, 전작권·코로나 영향 험로”

“주한미군 감축, 불가피한 측면… 미중 갈등 변수”

“바이든, 중국에 압박과 협력 선택적 행사할 수도”

“北도발 쉽지 않을 것… 새로운 기회 날릴 수 있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바야흐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성큼 다가섰다. 내년 1월 출범을 앞두고 그가 펼쳐낼 외교·안보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해 대외 정책을 추진해왔다면, 바이든 당선자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을 다시 높일 것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차가 현격해 남북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 세계는 물론 관련 당사자인 남·북한 역시 그의 외교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 신행정부가 당면한 우선 과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경제회복, 인종갈등 해소, 의료보험, 이민문제 등 산적한 현안으로 외교정책은 자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대북 정책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인데,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일단 상당 기간 조정 작업이 있을 거다. 한반도 정책이 굳어진 게 아니다. 그 안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관건은 대북 정책을 리뷰(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자신의 견해나 입장·대안들을 인풋하는 일, 즉 미측의 외교정책에 녹여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우리 정부가 이 기간을 활용해 대북 정책 공백을 메워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외교·안보 분야의 이론과 실제적 정책 등 현실에 두루 밝다. 그는 한국국방연구원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북미 관계와 핵비확산,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남북한 군비통제 등 한반도 문제를 폭넓게 연구했다.

그는 여성인 데다 젊은 소장 학자지만, 일반적 거대담론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논리와 이론을 바탕으로 현안을 발 빠르게 분석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등 시크릿 웨폰(Secret Weapon, 비밀병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나 ‘바이든 시대의 외교정책과 우리의 대응 전략’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바이든 정부 출범 전 우리 정부는 뭘 해야 하나

미국의 국내 사정을 보면 대북 문제는 좀처럼 속도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상당한 시간을 요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미리 조율할 건 조율하는 등 북미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 작업들을 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도 정책 조정이 있을 거다. 한반도 정책이 굳어진 게 아니다. 그 안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대북 정책을 리뷰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자신의 견해나 입장·대안들을 인풋하는 일, 즉 미측의 외교정책에 녹여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우리가 얼마나 목소리를 내느냐에 미국 대북 정책의 로드맵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드러내놓고 할 순 없지만, 물밑에서 북미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등 대안을 제시해 간다면 더 나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나 싶다.

일례로 오마바 행정부 1기와 2기가 달랐고, 부시 행정부 1기와 2기도 달랐다. 특히 부시 1기 같은 경우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등 굉장히 강경한 입장이었지만, 2기 때는 6자 회담이 성사됐다.

그 당시 우리 정부가 상당한 가교 역할을 했다. 중국이 분위기를 끌고 가긴 했지만 말이다. 이 같은 형식과 방법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공간을 넓혀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도 대북 로드맵의 한축이라고 볼 수 있나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의 큰 방향성 제시다. 대내외적인 공감대를 얻어내는 동시에 북한에는 긍정적으로 다양한 안을 검토하고 있으니 오판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일단 상황 관리를 하는 것이다.

당장 뭘 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된다. 또 종전선언은 정치적인 레토릭(수사)일 뿐이지 법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다. 정전선언만으로는 북한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첫 단추이자 관문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적인 남북 평화 구상을 위해선 결국 북한이 비핵화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향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논의할 때가 본 게임이다.

바이든, 취임 후 100일 핵심 목표 제시[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차기 행정부 보건 분야 주요 직책 지명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바이든, 취임 후 100일 핵심 목표 제시[윌밍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8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차기 행정부 보건 분야 주요 직책 지명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학교 개방이 취임 후 첫 100일 핵심 목표"라고 제시하면서 "100일 동안 우리는 이 질병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일 것 같다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내는 게 핵심인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예상되는 윤곽대로라면 북미 양측 간 접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하노이회담 때로 가보자.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부터 공개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해나가자는 제안을 했었다. 미국의 거부로 결렬됐지만, 내부적으로는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성토도 많았다. 이때의 ‘안’ 일부를 수정하거나 가다듬거나 해서 다시 제시하면 북한도 반응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바이든 미국의 강조점은 원칙적인 외교다. 이 가운데 하나가 완벽한 검증인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미국의 조건에 맞는 수준까지 북미 간 합의가 이뤄져야 제재 완화도 단계적으로 할 수 있다.

◆바이든 시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전망하나

토니 블링컨이나 제이크 설리번이 최근 외교안보 라인 인사로 내정됐는데. 오바마 정부 당시 주요 브레인들이다. 앞선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도 그런 점에서는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

이들 바이든 캠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우선 다자주의다. 동맹과의 관계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최대한 동맹들과 많은 협의를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정부가 기회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는 대북 억지력을 강조한다는 점인데, 억제를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미사일이나 핵 확장 억제에 관한 한미 간 다양한 논의들이 살아날 수 있다.

대북 접근법과 관련해선 이들 두 지명자 모두 이란 핵합의에 관여했던 터라 이란식 해법이 유력하다. 실무협상부터 밟아가는 단계적 접근법을 추진하고, 북미 양자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주변국 공조를 끌어내는 다자협력 틀로 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 제재도 가할 수 있다.

물론 당시에도 이란딜(거래) 자체가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양측이 최대한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협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 바이든 정부의 접근법도 단계적 핵군축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시대에 북핵 문제 해법으로 6자회담 부활 가능성 있나

6자회담으로 곧바로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은 이전과 같이 중국 주도의 6자회담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 같다. 우선은 한미일 3국을 중심으로 다자적인 논의를 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쪽으로 갈 수는 있다.

특히 블링컨 지명자는 대중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북한 편에 서 있는 중국의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북한으로 인해 중국의 전략적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인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압박을 피하려면 북한 편이 아니라 우리 쪽으로 오라고 촉구하는 것인데, 이 경우 다자 틀은 넓어질 수 있다.

◆내년 7월 도쿄 올림픽이 북미 문제 변수가 될까

물론이다. 북한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 북한은 자기 체면을 구기지 않고 외교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한편,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이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공간을 넓히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있어서다. 실제 일본은 최근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올림픽을 활용해 남북 경색 국면을 풀어나갈 수 있게끔 일본과의 관계 개선 등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나

미중 갈등은 계속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에 중국이 들어오진 않는다. 미국의 시각이 바뀌었다. 물론 다자주의를 얘기해왔던 바이든 후보로선 선택적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즉, 중국에 대한 압박과 협력이 선택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전통적인 안보 분야 등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함께 가려고 할 텐데,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처럼 완전히 대화의 문을 걸어두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여지를 주는 등 열어둘 필요도 있다.

또 북미협상에서는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를 활용해 북한과 실용적 협상을 개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중국을 경유한 대북압박 방식은 북한과 중국에만 피해가 돌아가 미국에 부담이 되지 않는 전략이다. 북한과의 협상이 개시되면 차기 정부는 보다 실용적인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반중국 노선을 취하라고 요구하기보다는 현안별로 미국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미중 양쪽을 잘 설득하는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할수록 중국은 미국을 견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 그 영향은 한국에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젠가는 한국이 어느 한쪽을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한미동맹 때문에 거꾸로 중국이 한국을 쉽게 대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인데, 그 부분을 살려 나가는 게 선택의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미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주한미군 규모 등에 대한 전망은

대중 견제 상황에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둔 여건을 위해서라도 방위비 협상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다. 그간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증액에 비판적이었다. 실무선에서 잠정적으로 합의한 인상 폭의 적절성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검토하리라고 예상한다. 뒤이어 일본과 독일과도 협상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도 서둘러서 끝내려고 할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공화당 조지 부지 전 대통령 때부터 나왔던 얘기다. 전 세계에 주둔하는 미군을 어떤 식으로 운용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다. 글로벌한 문제다. 그런 범주에서 한국도 한 축일 뿐이다. 주한미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차원의 감축 등 구조적 변화는 지속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사안이다. 다만 대중국 견제를 강화할수록 주한미군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감축 문제는 상황에 따라 맞물려 갈 수 있다.

전작권 조기 전환 문제도 코로나19라는 외부 변수 때문에 험로가 예측된다. 한쪽이 하고 싶다고 할 수도 없는 데다 실제 검증과정이 중요한데 검증할 수 있는 훈련 자체가 어려워 이런 식이라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전작권 환수가 어려울 수 있다.

◆북한 도발 가능성 있나

북한은 섣불리 과도한 도발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도발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거나 낮은 비용으로 높은 정치적 이익이 기대될 때 시도되는데, 북한이 ‘레드라인’을 쉽게 넘어버린다면 새로운 정부가 검토하게 될 실용적 대안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악화된 북한 정권이 당분간 안정적인 국내외 환경을 선호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어쨌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비핵화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비핵화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평화체제나 군사적 신뢰 구축은 논할 수도, 실현할 수도 없다. 두 개가 함께 패키지로 가야 온전한 형태가 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신행정부가 펼쳐낼 대북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진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신행정부가 펼쳐낼 대북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16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