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과 함께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2.15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과 함께해 왔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2.15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궁금증

귀신․악귀 소재 드라마 인기

“악한 마음에 악귀 들어간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북쪽에 우리 땅이 열렸다!” 악귀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카운터(저승 세계의 ‘융인’들과 함께 싸우는 이승에 사는 사람들)들에게 ‘땅’은 자신들의 힘을 두 배로 강하게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이 ‘땅’에 악귀가 들어오게 되면 아무리 강한 악귀라도 상대해볼만하다.

지난 11월 28일 첫 방송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이다.

회가 거듭할수록 그 인기도 치솟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은 한마디로 말해 사람 속에 들어가 악행을 일삼는 ‘악귀’를 잡아 저승으로 보내는 현대판 ‘저승사자’와 그 주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1월 28일 첫 방송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이다. (출처: OCN) ⓒ천지일보 2020.12.15
지난 11월 28일 첫 방송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이다. (출처: OCN) ⓒ천지일보 2020.12.15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친구가 친구를, 여기에 더해 ‘묻지마 살인’에 이르기까지 천륜도 인륜도 땅에 떨어져버린 작금의 세상을 보며 사람들은 질문을 던진다. “세상이 왜 이렇게 악해졌나요?”

새롭게 시작된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외에도 악한 영(악령), 귀신 등 초자연적인 내용을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특이 최근 몇 년 안에 방영된 OCN 드라마 ‘빙의(2019)’와 ‘블랙(2017)’, tvN 드라마 ‘방법(2020)과 ‘싸우자 귀신아(2016)’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악귀가 등장하는 드라마의 대부분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악귀가 사람 속에 들어가 각종 악행을 일삼고,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이 이들과 싸운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옛날 ‘전설의 고향’을 필두로 한국 드라마에 있어 ‘귀신’은 단골 소재다. 물론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만국 공통의 단골 소재라 할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이런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보이는 것도 믿기 어려워하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은 참으로 많은 창작물들을 만들어냈다. 신(神)은 믿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나, 전쟁이나 대학살, 끔찍한 사건․사고,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자연의 재해 앞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를 향해 원망의 말을 던지거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도 한다.

 

OCN 드라마 ‘빙의(2019)’도 악귀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출처: OCN) ⓒ천지일보 2020.12.15
OCN 드라마 ‘빙의(2019)’도 악귀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출처: OCN) ⓒ천지일보 2020.12.15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 중 하나가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이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가 소설이나 음악,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표현해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서도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나는 아니야. 그런 존재 따위는 없어!”라고 말할지라도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은 있을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끔찍하게 빼앗는 사람들을 보며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저런 끔찍한 일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것이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보며 “귀신 들렸다”고 말하는 것에서도 우리는 육신을 가진 존재 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혼이 나갔다” 혹은 “혼이 빠졌다”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과 악의 존재를 다룰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천사와 악마 혹은 선한 영을 가진 존재와 악귀가 씐 존재 등은 사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실에서도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도 흔히들 ‘악한 영’이 들어갔기에 악행을 일삼는다고 생각한다.

“악귀가 들어가 악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악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악귀가 들어가 악행을 일삼는 거야!” 드라마 속 대사이지만 이 말 하나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은 가히 크다고 할 수 있다.

 

tvN 드라마 ‘방법(2020)’ (출처: tvN) ⓒ천지일보 2020.12.15
tvN 드라마 ‘방법(2020)’ (출처: tvN) ⓒ천지일보 2020.12.15

기독교 경서 성경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열 둘 중에 하나인 가룟인이라 부르는 유다에게 사단이 들어가니/ 이에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군관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줄 방책을 의논하매/ 저희가 기뻐하여 돈을 주기로 언약하는지라(눅 22:3~5)”

성경에는 욕심과 교만으로 하나님 소속의 천사에서 사단이 된 존재에 대해서도 기록돼 있으며, 은 삼십에 예수를 팔고자 하는 마음을 먹은 가룟 유다에게 사단이 들어가는 것도 기록돼 있다. 악한 마음을 품은 자, 악한 자가 더 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마음에 악심(惡心)을 품지 않고 바른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할 때에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재미로 보는 드라마 한 편에서도 찾을 수 있는 메시지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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