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가 지난 9일 100일간의 정치 일정을 종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체가 마치 멈춰 선 듯이 엄중한 현실이었지만 정치권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역대급의 최악으로 평가받았던 20대 국회 후반기와 21대 국회가 막 시작된 현재까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달리 설명할 내용이 없다. 21대 정기국회 중반부는 추미애와 윤석열의 싸움으로, 종료 시점에는 공수처와 필리버스터로 여야 격돌의 현장을 남겼다.

그나마 역대 최대 규모인 55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한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이 또한 코로나19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생의 고통 앞에 여야가 예산 문제로 다른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힘이 앞장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던 것도 주효했다. 시급한 예산이 빠진 곳은 없는지, 혹 과잉 증액은 없는지 좀 더 꼼꼼한 심사가 필요했지만 국회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회기 막바지에 처리하려던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 끝에 필리버스터로 마무리를 한 것은 너무도 아쉽다.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을 타고 소관 상임위를 통과할 때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과 소모적인 정쟁을 벌였던 쟁점 법안이다. 이미 수없이 많은 논의를 거쳤으며 그 장단점도 모두 드러난 상태다. 게다가 여당의 확고한 출범 의지와 야당의 확고한 거부 의지도 확인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국회법에 따라 일정을 소화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민생법안이기 때문이다. 공수처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탓에 중대기업재해처벌법은 반쪽이 되고 말았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내용을 막판에 번복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공정경제 3법도 일부 내용이 후퇴하고 말았다. 특히 정부 원안대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정사실화 되다가 민주당이 막판에 뒤집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이뿐이 아니다. 아예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한 민생법안도 수두룩하다. 졸속을 넘어 무책임에 가깝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존재는 여당의 졸속과 무책임에 대한 대안이 돼야 한다. 이것이 야당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기관 편 가르기에 함께 나서면서 당리당략에 매몰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것은 거듭 성찰해 볼 일이다. 오죽했으면 필리버스터에 나서겠느냐고 묻지 말고 아직도 필리버스터밖에 없느냐는 성난 민심에 화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12월 임시국회가 바로 시작됐다. 이번만은 정쟁과 대치의 연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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