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끼 밥

황상순

작은 나라나 큰 나라나

잘 사는 나라나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나

아침 점심 저녁 세 끼 밥 먹는 일이

제일로 큰 세상사였다

칸트도 베토벤도 반 고흐도 괴테도 가우디도

검은 베레모의 체게바라도

다들 세 끼 밥 먹기 위해 평생 애쓰신 분들이다

비문마다 다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까마득한 하늘 위 비행기 안에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앉아

비장한 마음으로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었다.

 

[시평]

그렇다. 세상의 그 누구도 하루 세 끼 이상은 먹지 않는다. 어느 정권 때인가, 실세에 있던 한 인사가 뇌물을 받기 위해, 하루에 점심 약속을 세 번, 네 번씩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만나서는 점심을 먹는 척하며 뇌물을 건네받고는, 이내 다음 약속 장소로 급하게 가서는 점심을 먹는 척하고 뇌물을 받았다고 하니, 점심 먹는 것이 위주가 아니라, 그 시간을 이용해 뇌물을 받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 사람.

우리가 흔히 하는 농담으로, 오늘 점심을 놓치면 그 오늘의 점심은 영원히 먹지 못한다며, 꼭 먹어야 한다고 강변 아닌 강변을 하던 젊은 시절도 또한 우리에게는 있었다. 그렇다. 누가 정해 놓았는지, 하루를 세 때로 나누어서 세 번에 나누어 밥을 먹는다는 건. 참으로 절묘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구도 할 것 없이, 다들 세 끼 밥 먹기 위해, 평생 애를 쓴다. 오늘도 우리들은 어쩌면 그 세 끼 밥을 위해 아침의 복잡한 지하철에 매달려 직장으로 나가는지도 모른다. 오후의 나른함 속에서도 눈꺼풀을 억지로 붙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도 빠짐없이 세 끼 밥을 먹을 수 있고, 세 끼 밥을 먹게 해주고, 또 세 끼 밥이 우리들 앞에 차려져 있음에, 실상 우리 모두 감사를 해야 할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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