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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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통술 파는 집에 갔다. 지인과 이야기 나누고 나오는 길에 “많이 힘드시죠?” 하면서 인사를 건넸더니 ‘죽겠다’는 말부터 한다. 오늘 손님이 우리까지 합쳐 4테이블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보통 하룻밤에 40테이블은 왔다고 한다. 무려 90%가 줄었다.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23년 했다고 한다. 코로나가 끝나고도 매출이 회복되지 않을 것 같아 더욱 암담하다고 한다.

임대료는 그대로고 매출은 급감하니 살 수가 없다고 한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부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코로나 정국에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되는 업종이 생기고 새로운 업종이 부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머지 98%는 더욱 힘들어졌을 테다.

가게 주인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낮춰달라고 말할 처지가 아니라고 했다. 갑을 관계에 있기 때문에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고 한다. 말 잘못 꺼냈다가 가게 비우라고 하면 낭패일 것이다. 정부와 국회에 할 말이 있다 했다. 임대료 인하법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말 꺼내기조차 힘든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달라는 얘기다. 거의 모든 자영업자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소상공인의 생각도 다르지 않을 거다.

‘인하법’ 제정이 어려우면 부가가치세라도 면제해 달라고 한다. 낮은 매출에 부가가치세는 그대로 떼어가니 매출이 급감한 자영업자로서는 야속할 만도 하다. 그동안 쉬지 않고 꼬박꼬박 세금 낸 사람들이다. 정부는 세금이 조금 적게 들어온다고 해서 나라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생존의 벼랑에 몰려 있는 자영업자들은 다르다. 정부와 국회가 이들이 처한 고달픈 현실을 외면할 생각이 아니라면 임대료 인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2018년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비중은 25.1%다. OECD 평균인 15.3%보다 10%포인트나 높다. 자영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회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편안히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고 노후 복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한 처지에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영업권이 5년밖에 보장되지 않았다. 궁중족발집 사건이 일어난 2018년이 돼서야 10년으로 늘어났다. 재개발 재건축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다. 일본과 유럽 여러 나라처럼 임차인의 사용권을 인정해 계속영업권을 보장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게를 계속 운영할 권리를 보장하고 임대료를 물가 지수 이상 못 올리도록 통제 관리해야 일본처럼 100년 가게, 200년 가게, 400년 가게가 탄생할 수 있고 음식 가격도 적정하게 유지된다. 100년 가게는 맛이 특별할 수밖에 없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관광명소가 된다. 일본의 ‘음식 거리’는 외국인의 관광 필수 코스다. 임대인 중심의 임대차는 임차인은 물론 소비자, 나아가 국민과 나라에 백해무익하다.

정부와 국회, 사법부를 핵으로 한 국가기관이 사회를 똑바로 운영하지 못한 결과 가게를 내지 않으면 일을 찾기 힘든 사회가 됐다. 임대인 중심의 잘못된 법과 제도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언제 가게를 비워달라고 할지, 얼마나 올려 달라고 할지 불안 불안한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해 왔다.

이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찾아와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런 때 국가 기관이 나서서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자영업자들과 힘겹게 사는 국민들의 삶에 평상시는 물론 코로나 시대에도 도움이 안 되는 국가라면 존재이유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 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힘든 국민 챙겨달라는 것이다. 못살겠다고 외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 외면하지 말고 임대료인하 대책 제시하라. 대규모로 저항하는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자영업자들은 지금 골목골목에서 소리 없이 통곡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나서야 하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민중의 절규를 외면하고 잘 된 정권 없다. 여당, 야당도 나서야 한다. 민생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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