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직무에 복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갈등 장기화 시 레임덕 가속

與, 윤 총장 자진 사퇴 압박

野, 추미애 장관 해임 촉구

징계위 결과에 상당한 후폭풍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여권은 해임 강행 수순에 돌입했다. 반면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여론 대반전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2일) 최근 사의를 표명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후임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대표적인 친여 인사인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사실상 윤 총장 징계위를 강행하겠다는 것.

다만, 문 대통령은 이 내정자가 징계위에 참여하되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지 않도록 지시했다. 징계위의 중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정치권에서는 이 내정자가 징계위원장의 직무대리를 맡지 않아도 윤 총장 해임 건의를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장기화하면 후반기 국정운영은 물론 레임덕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오는 4일 징계위원회가 결론을 내릴 예정이지만, 법조계는 물론 친여 성향의 시민 단체와 여론이 모두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에서 해임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0.12.2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빠르게 후임 차관을 임명한 것은 결국 윤 총장을 찍어내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발표하고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면 현재와 같은 복잡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법무부와 검찰 내부에서 추 장관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현재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이성윤 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에도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특히 2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명예퇴직과 연금을 알아봤다는 소문에 이어 김욱준 1차장 검사와 최성필 2차장 검사의 사의 표명설도 돌았다. 다만 최 2차장은 뜻을 접었고, 이 지검장에 대한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소문이 돌았다는 사실만으로 추 장관의 검사 영향력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윤 총장에 대한 총공세를 펼쳤던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상황이 윤 총장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일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자 민주당은 “징계위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논평을 내고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추 장관도 이번 사안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이를 두고 윤석열 찍어내기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국민이 얼마나 동의하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총장을 임명할 당시 각종 의혹에 적극 방어를 펼쳤지만, 검찰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태도가 돌변했기 때문이다.

야권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을 여론 대반전 기회로 보고 정부‧여당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망론’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결국 문 대통령에 있다”고 주장하며 추 장관의 즉각 경질을 포함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추 장관을 경질하고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 했던 말씀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면서 “양심의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추(暴秋)’ 추 장관에 법무부, 법원, 전국의 검사들, 그리고 국민들이 분노와 정의의 제동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던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국민의힘 재선 이상 의원과 원외 인사가 동참하기로 했다. 그동안 지지율이 답보하던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여 투쟁 강도를 높여 중도층의 지지율을 흡수할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일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윤 총장을 해임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어떤 결정을 내리든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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