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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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급제자 평균나이 36.4세

33명 뽑는 시험 6만명 지원
 

엄숙한 시험장서 판 깐 엿장수

문경새재 넘고 추풍령 피하고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긴 시간 공부와의 사투를 벌인 수험생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시험은 다가왔고 원하는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과거 우리 조상도 마찬가지였다. 관리를 선발하는 ‘과거(科擧)시험’을 보려면 인생을 투자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행운을 비는 다양한 풍습이 곳곳에서 성행했다.

◆인생의 중대사, 어릴 때부터 준비

조선은 학문을 중시한 유교사회였고, 과거시험이 유일한 출셋길이었다. 조선 500년 역사에서 과거시험의 대명사인 문과대과에 급제한 사람은 1만 4600여 명이었다. 문과 과거 급제자의 평균나이는 36.4세였고, 10대부터 80대까지 과거 급제자가 있었다. 과거 시험 한번 보면 전국에서 오는 응시자들의 수는 대단했다. 총 33명을 뽑는 과거 시험 응시자가 평균 6만 3천여 명이나 됐다. 약 2000:1의 경쟁률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과거를 보기도 했다. 만약 아버지가 과거급제를 하지 못하면 아들이 대를 이어 과거에 응시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과거 합격은 가문의 영광이었다. 그래서 문무과 합격자는 3일 동안 일가친척에게 감사 인사를 다녔다. 시험 합격증서도 집안 대대로 귀하게 전해졌다.

어린 시절부터 과거를 준비하니 얼마나 인생에서 중요하겠는가. 과거시험 ‘대과(大科)’는 총 3번의 시험을 치렀다. 먼저 초시(初試)에서 200명을 뽑고, ‘복시(覆試)’에서는 최종 합격자 33명을 선발했다. 마지막 시험은 임금 앞에서 합격자의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최종 합격자가 ‘장원급제’로 선발됐다.

◆“엿처럼 철썩 붙어라”

이처럼 과거시험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실력도 중요했지만 하늘의 운도 필요했다. 그래서 시험 때만 되면 합격을 기원하는 다양한 풍습이 유행했다. 먼저 조선시대 유생들도 시험에 붙기 위해 오늘날처럼 엿을 먹었다.

시험장에 온 엿장수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조실록에 보면 “이번 과장(科场)은 엄숙하지 못해 떡·엿·술·담배 따위를 현장에서 터놓고 팔았다”면서 과거시험장의 질서를 단속하는 금란관(禁亂官)이 감독을 소홀히 했기에 문책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엿을 먹는 풍습이 임금의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잠을 자던 왕들이 아침에 눈 뜨면 조청 두 숟가락을 먹어 뇌를 활성화시켰는데 당분을 섭취해 집중력을 높인 것이었다. 이유가 어찌됐던 ‘끈적끈적한 엿처럼 시험에 찰싹 붙게 해 달라’는 뜻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했다. 또 과거시험을 볼 때 배냇저고리를 가져가면 합격한다고 믿어 소중하게 보관했다.

과거시험을 보러가는 선비들이 넘어야 했던 고갯길도 있었다. 경북 문경시에 있는 ‘문경새재’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조령(鳥嶺)이라고도 불렀다. 문경이라는 지명은 ‘기쁜 소식을 듣는다’라는 뜻이 담겼는데 힘들더라도 합격을 기원하면서 이 고개를 넘었다. 이와 반대로 ‘추풍령’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고 해서 이곳을 지나지 않았다. 또 시험을 죽 쓸까 봐 ‘죽령’도 거치지 않았다.

과거시험을 앞두고 먹지 않은 음식도 있다. 바로 ‘낙지’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보면 시험을 앞두고 낙지를 먹지 않은 이유가 적혀있는데, 낙지의 한자 낙제(落蹄)와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의미의 낙제(落第)가 발음이 비슷해 이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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