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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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일본대사도 역임했고 현재 중국 외교부 장관이자 국무위원인 왕이(王毅)가 한국을 방문해 확인해줬다. 25∼27일 한국을 방문해 청와대도 예방하고 주요 정치 인사도 만났다.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왕이는, 코로나19가 통제돼야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아 말을 했지만,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의 방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시 한 것이다. 한국 정부도 시 주석의 방한을 기점으로 중국과 껄끄럽게 남아있는 문화콘텐츠 부문과,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 대화의 동력을 살리려고 했던 계획들이 당분간 유보 상태로 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왕이다. 일본의 스가 정권이 새롭게 탄생했다. 미국의 바이든 신정부의 출범도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과 동맹의 가치를 나누고 있는 인근 국가 한국과 일본을 찾아, 중국의 속내를 에둘러 밝히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추단된다. 방문기간에 공개적으로 한·중·일 협력과 한·중 협력관계를 유독 강조했다. 방문 전에 전문가들이 한국의 미국 편중에 대해 불편한 얘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그러나 중국의 중후적(重厚的) 화법을 동원한 외교적 표현에 더욱 방점을 찍었다. 쓴소리나 이러지 말라는 것보다 양국관계 발전이라는 전향적 표현 방식을 동원해 한·중의 미래지향적 관계의 지속성에 의미를 두고 적극적으로 언론을 대하고 입장을 전했다. 기자가 직설적으로 한국의 “미국 편중을 막으려는 것이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세계는 190여 국가가 있다.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외교는 간단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우선적으로 한·중 관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니 전(全) 방위적으로 조율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한국이 듣고 싶은 얘기도 했지만,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조율하고 모든 한·중 양국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왕이의 방문에서 주는 중국 외교정책의 실행 방식과, 실재적으로 각국의 현장에서 평소 어떻게 중국의 의도를 부단히 관철시키고 순치시키려고 하는지를 읽어 내야 한다. 사인 간의 관계에서도 교류와 접촉할시 그의 말과 행동 속에서 무엇을 평소에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항상 어떠한 루틴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국가 간에도 자주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국의 기본입장과 의도는 어떻게 투영시키고 그들의 정책을 활용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 차제와 이후에 한국도 더욱 강력하게 대외정책의 기본을 명확히 중국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자유민주의와 인권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한국은 정책을 결정한다고 중국에 보여줘야만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국가라고 비판받지 않기 위해서도 유연할 필요는 있지만, 단호하게 중국도 인정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에 한국정부는 움직이고 동조한다는 한국의 이미지와 정책수행의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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