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국빈씨가 기증한 '조선시대 통역전문기관의 운영서인 '통문관안(通文館案)', 심원섭씨가 기증한 '배움을 나누었던 할아버지의 '야학부(夜學簿)'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11.24
백국빈씨가 기증한 '조선시대 통역전문기관의 운영서인 '통문관안(通文館案)', 심원섭씨가 기증한 '배움을 나누었던 할아버지의 '야학부(夜學簿)'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11.24

국립민속박물관 ‘기억의 공유共有, 2020년 기증자료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그 일상이 특별한 추억이자, 행복이었다. 그리고 하루하루는 모여서 역사가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하지만 그때 사용했던 소중한 물건을 공유하면서 다시금 옛 추억을 꺼내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이 2019년 한 해 동안의 기증자료를 모아 기억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기억의 공유共有, 2020년 기증자료전’을 개최한다. 25일부터 열리는 전시는 내년 10월 18일까지 상설전시3관 기증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배냇저고리(도경재 기증)’ 등 2019년 기증자료 90건이 출품된다.

도경재씨가 기증한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11.24
도경재씨가 기증한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11.24

◆‘기증품’으로 일상 공유, 기억 간직

전시는 기증품에 담긴 사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일상을 함께 하고’에는 사람의 성장, 살림살이 등 일상과 관련된 자료를 모아 전시한다. 그중 도경재 기증 ‘배냇저고리’는 ‘4형제가 함께 입은 배냇저고리’로 특별하다. 1954년, 서울시 성북구 명륜동에서 살림을 시작한 기증자의 어머니(채옥순 1931년생)는 큰아들 출산을 준비하며 정성껏 손바느질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었다. 한국전쟁 이후 물자가 귀하던 시절, 둘째 아들(1959년생), 셋째 아들(1962년생), 막내아들(1966년생)까지 4형제 모두가 이 배냇저고리를 돌려 입는 동안 13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낡은 배냇저고리에는 4형제의 건강과 무탈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2부 즐거움을 나누고’에는 지친 일상을 일으켜 줄 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모았다. 특히 이종철 기증 ‘태권도 도복’에는 젊은 날의 우정과 정직한 땀이 담겨있다. 이 도복은 1962년부터 1970년까지 서울대학교 태권도 동호회 '권우회拳友會'에서 수련하며 입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전 관장인 기증자는 학창시절부터 박물관 재직시기를 거쳐 현재까지도 태권도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양하고 있다. 이 도복에는 정의, 노력, 우정 등 그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담겨있다.

‘3부 기억을 간직하다’에는 추억이 남아있는 근현대의 다양한 기억과 기록의 과정, 이를 소중하게 간직한 실생활 자료들로 꾸며졌다. 그중 심원섭 기증 ‘야학부(夜學簿)에는 특히 ‘나눔의 가치’가 돋보인다. 기증자의 할아버지(故 심진택, 1915년생)는 일제강점기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정암리 맛바위마을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주민들을 위해 농한기에 야학을 운영하며 한글을 가르쳤다. 이 야학부는 1939년 12월부터 1940년까지 정암야학회(亭岩夜学会)에 대한 기록으로 일제강점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한글을 지키려는 귀한 마음이 간직되어 있다.

◆1964년부터 시작된 기증 역사, 5만 3151건의 생활자료

한편 2019년에는 모두 61명의 기증자가 소중한 자료 1230건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간직한 기증품들은 ‘2020년 기증자료전-기억의 공유共有’를 통해 특별한 의미로 거듭나고 있다.

1964년 첫 기증을 시작으로 60년 가까이 총 1311명이 5만 3151건의 자료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고 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생활문화를 연구하고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표 생활사박물관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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