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82회 메이시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서 화려하게 펼쳐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의 한 장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기독교 대표 절기 중 하나라고 하는 ‘추수감사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각 교회에서는 감사예배와 헌물을 드리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사들은 과일이 가득 찬 바구니와 쌀 채소 등이 놓여진 강단에 올라 ‘감사’와 ‘나눔’을 주제로 설교하고, 신도들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아멘’을 외친다.

대부분의 국내 교회는 지난 주일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렸다. 미국의 경우, 오는 26일 추수감사절을 맞는다. 

이러한 추수감사절은 과연 성경에 근거한 것일까. 한마디로 말한다면 ‘아니오’다. 이 추수감사절은 성경에 하나님께서 기록해주신 절기가 아니다.

먼저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 Thanksgiving Day)은 17세기 영국에서 종교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102명의 청교도인들이 그곳에서 처음으로 농사를 짓고 그 지은 농작물을 수확해 감사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됐다.

여러 학설에 의하면 당시 구체적인 상황은 이렇다. 박해를 피해 영국에서 떠나온 청교도인들은 북미 대륙 동북쪽 해변가 ‘프리기스’라는 곳에 상륙하게 된다. 상륙 당시, 이들은 질병으로 대부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이 때 원주민 왐파노아그 부족(인디언)이 굶주리고 병든 청교도인들을 발견하게 되고 극진히 보살폈다. 인디언들이 이같이 행동한 것은 ‘나그네와 병들고 굶주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고유 전통 때문이었다. 건강을 회복한 청교도인들은 인디언과 화친을 맺고 그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옥수수를 심고 고기를 잡으며, 열심히 일을 해 1621년 10월에 풍성한 소출을 거두게 되었고 이 소출로 축제를 베풀고 감사 예배를 드렸다.

이렇게 시작된 추수감사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국가의 고유한 풍습으로 정착됐다. 미국의 경우, 1864년 링컨 대통령이 국경일(11월 4번째 목요일)로 선포했으며 캐나다는 1879년 11월에 추수감사절을 국경일로 선포하고 지금은 매년 10월의 2번째 월요일에 축제를 열고 있다. 한국교회는 1914년 각 교파선교부의 회의를 거쳐 미국인 선교사가 처음으로 조선에 입국한 날을 기념한 매년 11월 제 3주일 후 3일(수요일)을 감사일로 정했다가 나중에 일요일로 변경해 매년 11월 셋째 주일로 정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을 비판하며 문제 삼는 세력도 있다. 바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3000명은 지난 2005년 11월 24일 인디언 권리운동의 성지(聖地)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 섬을 찾아 추수감사절이 아닌 ‘추수강탈절’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은 왜 추수감사절을 비난하는 걸까. 그 이유는 추수감사절 이면에 있는 안타까운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청교도인들은 은인이었던 인디언들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근본주의 칼빈주의자들인 청교도들은 스스로를 사탄에 대항해 거룩한 전쟁을 벌이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신앙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야만적인 사탄의 무리로 간주했다. 이러한 탓에 청교도들은 식량과 사냥감을 얻기 위해 인디언 마을을 약탈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는 무력을 이용해 거래(혹은 조약)에 도움이 되는 부족 지도층을 교묘히 빼돌려 강제조약을 공표한 뒤 살해하거나 강압적으로 조약을 체결해 저항하는 인디언들을 아주 잔인하게 학살했다.

청교도 사이에서도 신앙이라는 미명 아래 인디언을 학살한 것에 대해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추수감사절이 과연 지켜야 할 절기가 맞는지에 대해서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성봉 목사(전 한국성경신학회 회장, 현 부회장)는 지난 2015년 당시 ‘건전한 신앙생활을 위한 개혁신앙강좌’에서 ‘절기에 대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추수감사절이 성경에 명시되지 않은 절기이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17세기 신대륙으로 이주한 청교도들이 첫 수확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종교적 절기가 아닌 단순히 수고해 얻은 소득에 대한 감사의 문화적 형태”라며 “미국의 명절이지, 성경이 지지하는 절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사회학과 댄 브룩 교수도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대해 “추수감사절을 자기 성찰적 집단 단식을 하는 국가적 속죄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추수감사절이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 절기다 보니 추석을 전후로 추수감사절을 새로 지정하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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