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제공: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건물. (제공: 과기정통부)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주파수 값을 최대한으로 올려 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파수 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통신요금도 그만큼 비싸진다.

내년 6월, 12월이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이통사의 주파수 이용 기간이 끝난다.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을 두고 정부와 이통사의 대립은 여전히 첨예하다. 정부는 이달 초 주파수 값으로 이통사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인 1조 6000억원보다 훨씬 높은 5조 5000억원을 내놓았다. 이에 이통사들은 반발하며 정부에 ‘주파수 재할당 산정방식’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한 공개 설명회에서 정부가 이통사의 요구대로 납득할만한 주파수 재할당 산정방식을 공개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납득할만한 산정방식을 공개하기는커녕 정부는 향후 5년 재할당 대가를 과거 경매대가를 100% 반영해 4조 4000억원으로 정하고 통신 3사가 설치한 5G 기지국 수에 따라 차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통신 3사는 내후년까지 5G 무선기지국을 회사별로 15만국 구축해야 최소 금액인 3조 2000억원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 통신사들의 투자 수준을 고려하면 내후년까지 5G 기지국을 구축할 수 있는 수는 10만국 정도가 한계다.

얼핏 보면 당초 논의되던 가격보다 낮춘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5G 기지국 설치’라는 올무를 놓아 주파수 값을 산정해 어떻게 해서든 비싸게 받아내겠다는 속셈으로 비춰진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4조 4000억원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규 할당이 아닌 재할당 주파수인 데다, 경쟁적 수요가 없고 기존 이용자 보호가 목적인 만큼 대가를 과거 경매의 기준치로 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정부가 과거 ‘경매대가’를 재할당 대가에 반영했는데 현재는 경쟁적 수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재할당 대가 산정기준을 명확히 마련한 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대로 정부안이 확정된다면 이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재할당되는 주파수는 3G·LTE로, 기지국이 아직 완벽히 구축되지 못한 5G와는 다르게 장점이 많다. 공공적으로 쓰기에 좋고 서비스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 이 점 때문에 이통사는 주파수를 포기할 수 없고 정부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주파수 값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통신비가 오른다는 데 있다. 권상희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편적 서비스의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면 결국엔 모든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안이 수정될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통신비 인하’를 외쳐오던 정부가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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