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버트 박사(Homer B. Hulbert) (출처: 헐버트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0.11.16
헐버트 박사(Homer B. Hulbert) (출처: 헐버트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0.11.16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뉴욕타임스’ 원문 최초 공개

1905년 외교권 일제에 강탈

고종·헐버트, 눈물로 전보 교환

을사늑약 무효화 위한 노력 잘 담겨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11월은 우리 민족에게 뼈아픈 역사가 담긴 달이다. 115년 전인 1905년 11월 17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빼앗긴 것이다. 바로 ‘을사늑약(乙巳勒約)’이다. 당시 일본은 을사늑약에 동조한 5명의 대신을 앞세워 고종의 허가 없이 단독으로 체결했다. 이에 사실상 이 조약은 국제법상 무효에 해당됐다. 이와 관련, 고종 황제와 대미 특사 헐버트가 을사늑약을 막아보고자 분투한 내용이 담긴 ‘뉴욕타임스’ 기사 전문이 최초로 번역돼 공개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헐버트 답신

16일 사단법인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에 따르면, 공개된 자료는 ‘뉴욕타임스’ 1905년 12월 13일 자 ‘대한제국 조약을 부인하다(Korea Repudiates Treaty)’와 14일 자 ‘대한제국 황제의 특사, 미국 국민에 호소(Appeals to the Public for Emperor of Korea)’이다.

고종 황제는 을사늑약 직후 워싱턴에 있는 헐버트에게 전보를 쳐 자신은 을사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에 조약이 무효이니 미국을 설득해 을사늑약을 뒤집으라고 요청한다. 고종은 전보를 중국 지푸(지금의 엔타이)에서 친다. 일본이 전보 내용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중국에 사람을 보낸 것이다. 헐버트는 전보를 1905년 12월 11일 날 받아 12월 14일에 미국 국무부에 제출한다.

특히 12월 14일 자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즉, 헐버트도 고종에게 답신 전보를 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보에서 헐버트는 미국 행정부가 대한제국 황제의 친서 수령을 거부하고 황제의 특사인 자신을 무시한다며 지금까지 자신은 비밀하게 행동하였으나 이제부터는 자신의 방미 목적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고종에게 전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 행정부가 아닌 미국 국민에게 직접 보호조약의 부당함을 호소하겠다는 의중도 밝힌다. 또한 헐버트는 ‘뉴욕타임스’와 회견하며 일본이 한국에서 저지르는 만행을 고발한다.

1905.12.13 New York Times (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0.11.16
1905.12.13 New York Times (제공: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천지일보 2020.11.16

◆부동산 명의 헐버트로 바꿔 달라 요청

특히 자료에 보면 일본인에게 강제로 영토를 빼앗자 한국들은 부동산 권리증을 들고 헐버트를 찾아와 부동산 명의를 헐버트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자료에 따르면 헐버트는 “일본인들은 러일전쟁 이후 한국을 차지한 이래 한국인들에게 좌우에서 강도질하고 있다. 본인은 현재 5만 에이커 땅의 소유자이다. 한국인 소유자들이 1에이커(acre, ‘평’으로 여겨짐) 당 1센트에 본인에게 부동산의 권리를 넘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본인과 원래의 소유자는, 권리를 이전하는 동시에 전 소유자가 임차료 없이 영구적으로 부동산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서류에 명백하게 담았다”며 “이러한 행위는 본인을 신용한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부동산을 강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청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뉴욕타임스’ 기사에 대해 기념사업회는 “고종 황제가 헐버트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국을 움직여 보호조약을 막아보려고 끝까지 투쟁하는 고종의 의지를 증언하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고종이 자신은 보호조약에 서명하지 않았으니 조약이 무효라는 점을 헐버트를 통해 미국에 통고하고‘뉴욕타임스’ 등 언론을 통해 조약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표한다”며 “이는 을사늑약이 국제법적으로 명백히 무효라는 사실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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