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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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실소를 머금게 하는 ‘정치 코미디’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공정한 법 집행을 책임진 법무장관의 좌충우돌식 원맨쇼다. 어떻게든지 검찰총장을 축출시키려고 온갖 술수를 다하고 있는 법무장관의 ‘아님 말고’식 인신공격이 상식을 넘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혹은 내년도 예산을 다루는 예결위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큰 비리가 있는 양 폭로전을 폈다. 그러나 법사위 여야의원들이 대검에 몰려가 눈을 부릅뜨고 살펴도 부정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부메랑이 장관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분명한 명예훼손이다. 이쯤이면 대통령은 즉각 법무장관의 교체를 단행해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치졸한 작태를 방관하는 데 있다.

여기다 이를 옹호하는 여당의원들의 내로남불 감싸기 공모는 또 어떤가. 필자는 역대 집권당 가운데 이처럼 졸렬한 변명과 자기 방어를 본 적이 없다.

원전 1호기 폐쇄 감사 때 관련 공무원들의 서류 폐기 지적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향해 여권지도부는 이미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향해 즉각 수사를 중지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리고 윤석열 총장을 향해 무모한 폭주를 삼가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동안 국민의 생각하고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 온 이 대표였지만 이쯤 되면 스스로 정치적 공정과 도덕성을 허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차기 대권만 생각해 청와대 눈치만 살피는 언론인 출신답지 않은 처신이다.

현 정부를 ‘양두구육(羊頭狗肉)’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국민들이 많다. ‘머리는 양인데 몸은 개’를 지칭한 말이다. ‘겉으로는 좋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알고 보면 졸렬하다’란 뜻이 아닌가.

이 고사는 춘추시대(春秋時代) 제(齊)나라의 영공(靈公)에서 비롯된다. 영공은 특별한 기호가 있었는데 여인들이 남장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자 시정에서 제나라 여인들 사이에는 남자 복장이 유행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영공은 여인들의 남장하는 것을 금지시킨다. 그러나 유행이 근절되지 않았다. 영공은 당대 사상가였던 안자(晏子)를 초청해 대책을 물었다. 안자의 해결책에서 ‘양두마육(羊頭馬肉)’이란 용어가 나왔다.

‘양공께서는 여인들의 남장을 궁중에서 허락하시면서 거리에서는 못하게 하십니다. 이는 곧 문에는 소머리를 걸어놓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같습니다. 어찌하여 궁 안에서는 금지하지 않으십니까? 궁중에서 못하게 하면 밖에서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양공은 권유대로 궁중에서 남장을 금하자 시정에서 이 풍속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사에서는 ‘양고기 대신 말고기’였지만 후대 사람들이 말을 ‘개’로 고쳐 썼다고 한다.

국민들은 추 법무장관이 자행하고 있는 일련의 독단적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다수가 추 장관의 경질을 바라고 있다. 윤 총장이 또 차기 대선 예상후보 1위 지지를 받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국민들은 어떤 조건하에서도 법을 준수하는 정의로운 지도자를 바라는 것이다.

추 장관은 또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을 강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다. 여당 측에서조차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권보장을 위해 그동안 힘들여 쌓아 올린 원칙들을 현 정부에서 하루아침에 유린하겠다는 것인가. ‘양두구육 정권’이란 말을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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