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대출 (출처: 뉴시스)
 (출처: 뉴시스)

“신용등급 우량자에만 혜택, 서민들은 제도권 대출 어려워져”
부작용 예고에도 정치권이 금리인하 추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서민금융 전문가들과 대부업계에서의 계속적인 우려와 지적의 목소리에도 현재 연 24%의 법정 최고 대출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최고금리 인하 법안은 모두 7개다. 현재 연 24%인 대출금리 상한선을 10~22.5%로 낮추자는 내용들이다. 대표적으로 여당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대표발의로 11명이 최고이자율을 연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내놨고, 국민의힘은 추경호 의원 등 10명이 연 2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내놨다.
 

◆당정·야당까지 본격 검토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에 야당에서도 동참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 최고금리 인하는 기정사실화 됐고, 얼마나 인하할지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1일 금융위원회에 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영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에 일부 하향 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인하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동조하는 분위기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금융위도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내용은 최고금리 인하폭과 시행 시점 등이다.

문제는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이미 예고가 됐는데도 당정은 물론 야당까지 서민금융 전문가들과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그대로 밀고 나가려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지만 자칫 서민들을 사채시장으로 더 내몰 우려가 크다.
 

◆최고금리 낮아지면 부작용은 무엇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그 혜택을 받을 금융소비자들도 많아지겠지만 이는 신용등급 우량자에만 대체로 한정된다는 게 문제다. 최고 수준의 고금리는 주로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신용 소외계층이 대출받을 때 적용된다. 대부업체들 입장에서는 이자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상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문턱을 더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피해는 기존 17~24%의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던 저신용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보통 이자율은 신용등급별 대출 회수율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면 이자를 올려 받아 그 위험을 줄인다. 그런데 이를 낮추면 대부업체 등은 위험을 감당하기 어려워 저신용자에게는 아예 대출을 안 해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용이 좋은 사람들 위주로 안전한 대출만 해주게 되고,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은 제도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게 돼 결국 사채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서민금융 전문가들의 우려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리를 낮추자는 데 이견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준금리가 낮으니 대출금리도 낮춰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사실은 금리가 아무리 낮아져도 이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점점 빚을 갚기 힘들어질 것이고 리스크가 크니깐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면서 “10% 이내 금리 추진 이야기 듣고 깜짝 놀랐는데, 그렇게 된다면 서민금융시장 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조 원장은 “정부에서 만든 정책금융 상품조차도 다 10% 이상이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금리를 정책책임자들이 마음대로 인하해버리면 결국 저신용자나 저소득자들을 위한 금리가 아니라 신용우량자들의 금리가 될 것이고, 이는 포용금융과 거리가 멀뿐 아니라 소외금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소비자보호를 위해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해 기존 사채업자들을 대부업체로 등록을 시키도록 했는데, 금리를 낮춘다면 대부업체들이 다시 사채업을 할 수 있는 우려도 있는 등 자꾸 음성적으로 가게 되고, 결국 이는 국민들이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중구의 저축은행 대출창구 모습 ⓒ천지일보 2019.6.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중구의 저축은행 대출창구 모습 ⓒ천지일보 2019.6.25

◆득보다 사채시장 위험노출 커져

실제 서민금융연구원이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 낮출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 면밀히 분석한 결과 대부업 이용자만 놓고 보면 얻는 이득은 최저 1100억원에서 1500억원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손실은 대부업에서 사채로 가는 경우인데 최저 5500억원에서 최대 2조원까지 사채위험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득보다 실이 엄청 큰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에도 27.9%에서 24%로 낮췄을 때도 대출 승인률이 2017년 16.1%에서 12.6%로 떨어졌고, 2019년에는 11.8%로 더 떨어졌다. 금융사들이 갈수록 더 선별해서 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조 원장은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6~7% 되고, 연체율을 따지면 10명 중 1명은 돈을 못받는다. 이것만 따져도 이자율이 16% 되고, 여기에 직원 봉급이나 관리비 등등 하면 20% 이상의 금리로 받아야 운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갈수록 신용대출은 줄고 담보대출이 늘고 있다. 저축은행만 하더라도 신용대출이 18조원 되는데, 10%이내 금리로 쓰는 사람은 2% 정도밖에 안된다. 98%가 10% 이상의 금리를 쓰는데 결국 앞으로는 신용등급 4등급 이하로도 신용대출을 못받게 된다.

조 원장은 “대부업 이용자들이 현재 180만명 되는데 이들이 약 16조원을 쓰고 있는데, 매년 50만~60만명씩 줄고 있고, 최고금리까지 낮아진다면 이 시장은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서민들 생각한 정책인가

이같이 큰 부작용이 확실히 감지되는 데도 정부나 여야 정치권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중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배경으로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 사로잡기를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원장은 “아마도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정말 엉뚱한 정책이지만 신용도가 좋은 사람들은 서민금융시장을 잘 모르니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은 600만~700만명의 저신용자·저소득자가 아닌 사람은 혹하는 정책일 수 있다”며 “솔직히 이뤄질 수 없는 정책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햇살론17만 해도 금리가 연17.9%다. 이 정도 금리인데 이를 안다면 10% 미만으로 하자는 얘기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책 책임자들이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겠고, 정책을 제안할 때도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전문가들과 상의를 해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부동산감독기구를 설립하는 게 급한 게 아니라 사채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더 급하단 생각이 든다. 사채시장을 전전긍긍하고 불합리한 점을 호소할 데도 많지 않고, 사채시장으로 많은 이들이 내몰리는 것도 충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빚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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