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지하철역 뿐 아니라 젊은 층이 많은 대학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지하철역 뿐 아니라 젊은 층이 많은 대학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하는데

개정 도로교통법 내달 시행

만 13살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

“세부적인 대책 마련 필요”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여가를 즐기는 ‘레저용’으로 타던 전동킥보드가 이제는 통근·통학 등 일상적인 이동에 쓰이는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고도 급증하고 있어 예방을 위한 안전요건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동킥보드 이용자 수↑ 사고 건수 ↑

서울시 등에 따르면 라임, 킥고잉, 빔모빌리티, 씽씽 등 국내 주요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12개의 이용 건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기준 360만 162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기준 143만 5143건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이용 건수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해 3~8월 누적 이용 건수는 총 1519만 107건으로 지난해 7~12월 이용 건수(350만여 건) 대비 4.3배 이상 증가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헬멧과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차량 사이로 위태롭게 주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헬멧과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차량 사이로 위태롭게 주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8

이용자가 많아짐에 따라 안전사고도 함께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안전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447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4명에서 8명으로, 부상자는 124명에서 473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에도 인천에서 1대의 킥보드에 고등학생 2명이 함께 타고 가다가 차량과 충돌해 1명이 숨지고 또 다른 1명은 크게 다쳤다. 이들 모두 무면허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같은 달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던 50대 남성이 굴착기에 치여 숨졌다. 그 역시 안전모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사고는 급증하고 있지만 되레 일부 규제가 완화될 예정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사용에 앞서 면허인증 화면이 뜨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이륜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2종 원동기 면허 및 운전면허 인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는 본인인증과 결제만 하면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공덕역 1번 출구 앞에 주차된 전동킥보드 사용에 앞서 면허인증 화면이 뜨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이륜차에 해당하기 때문에 2종 원동기 면허 및 운전면허 인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에서는 본인인증과 결제만 하면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 ⓒ천지일보 2020.7.8

◆전동킥보드, 사고 급증에도 되레 규제 완화

오는 12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기존 소형 오토바이(원동기장치자전거)로 규정되던 전동킥보드를 사실상 자전거와 동일하게 취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3세 이상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운전이 허용되며 자전거 도로로 다녀야 한다.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헬멧과 같은 인명보호 장구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단속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에서 내려 끌고가고 있다. 이륜차에 해당하는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만 탑승이 가능하다. 인도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가는 것이 안전하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터리 횡단보도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에서 내려 끌고가고 있다. 이륜차에 해당하는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만 탑승이 가능하다. 인도나 횡단보도에서는 내려서 끌고가는 것이 안전하다. ⓒ천지일보 2020.7.8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선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천에 사는 주부 조모(47)씨는 “인도에서 헬멧 안 쓰고 두 사람이 함께 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매우 위험해 보였다”면서 “다음 달부터 13세 이상의 ‘무면허’ 전동킥보드 이용이 허용되면 무면허 킥라니(전동 킥보드 탑승자와 고라니를 합성한 은어)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출퇴근용으로 전동킥보드를 이용했었다는 직장인 명모(43, 남성)씨는 “골목길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나와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며 현재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동킥보드를 많이 이용하는 해외에서도 사고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우리보다 관련 규정을 더 꼼꼼하게 하는 것 같다”며 “2인 탑승이나 이어폰 착용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인형 이동장치의 규제 완화를 우려하며 안전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동 킥보드 대여업계도 정부의 전동킥보드 완화 대책이 마냥 반가울 수는 없는 입장이다. 제한 연령을 내리고 면허 심사를 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다. 공유 업체마다 전동킥보드 주차존을 정해놓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나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다. 공유 업체마다 전동킥보드 주차존을 정해놓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나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킥보드 주차·주행 문제 집단 민원 줄이어

이 뿐만 아니다. 거리에 방치된 킥보드가 급증하면서 주차·주행 문제로 집단 민원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지난 2일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는 최근 개최한 ‘8차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전통 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주·정차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참여한 지자체와 관련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은 규제 네거티브 방식에 따라 전동 킥보드의 주·정차 금지구역 13곳을 지정했다.

이는 ▲보도 중앙 ▲횡단보도·산책로 등 보행자 진출입을 방해할 수 있는 구역 ▲점자블록, 교통약자를 위한 시설 입구 및 진출입로 주변 ▲버스·택시 승하차 및 지하철역 진출입을 방해하는 장소 ▲건물, 상가, 빌딩 등의 차량 및 보행자 진출입을 방해할 수 있는 위치 ▲차도와 보도가 구분된 구역에서의 차도 ▲차량 진출입을 위해 차도와 인도 사이 턱을 낮춘 진출입로 ▲자전거 도로 및 자전거 도로 진출입로 ▲소방시설 5m 내 구역 ▲육교 위, 지하보차도 내 보행 구조물 기능을 저해하는 공간 ▲계단, 난간 등 낙하·추락 사고 위험 지역 ▲터널 안 및 다리 위, 공사장 주변 ▲도로관리청이 지정한 통행제한 구간 등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한 대는 넘어져 있다. 공유 업체마다 전동킥보드 주차존을 정해놓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나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사거리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주차돼 있다. 한 대는 넘어져 있다. 공유 업체마다 전동킥보드 주차존을 정해놓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나 횡단보도 옆에 전동킥보드가 넘어져 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 2020.7.8

◆전문가들 “좀 더 세밀한 규제 필요”

전문가들은 필수 교육이나 시설 등이 미흡한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세가 되고 있지만, 안전상의 우려가 된다. 타는 사람도 보행자도 서로 상충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면서 “청소년이 아직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시설이 미흡한 편인데, 규제가 너무 빨리 완화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로 일부 전용 공간 마련 등 공감대를 형성해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적으로 도로현상이 다르다. 국가에서는 큰 원칙을 정하고 지자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서로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제호 삼성안전교통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내달 시행되는 개정안 중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다는 거다. 그동안 사고 통계를 보면 운전면허 있는 성인도 이용하다가 사고가 났다. 그런데 나이 제한이 완화가 되니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전동킥보드는 구조상 자전거보다 바퀴가 작고 이용자 무게중심이 높아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넘어져 다칠 수 있다. 이용자의 안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면서 좀 더 세밀한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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