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소리 단원들은 연습을 대충하지 않는다. 실전처럼 열정을 다해 연습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연주자·관객 신명난 한판
해외서 먼저 通했다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외국 현지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인다. 처음 들어봤을 한국 전통 리듬이지만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좌우로 까닥인다. 한국의 ‘신명’이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 아프리카 할 것 없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한국전통문화 공연예술단 문화마을 들소리(대표 문갑현)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준다. 1984년 창단 이후 의도적으로 해외공연을 많이 다닌 결과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연주가 신나고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소리의 공연을 본 현지인들은 익숙하지 않지만 금세 소리에 취한다.

지난달 19일 홍대 근처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연습이지만 대충 임하지 않는다. 악기와 단원, 단원과 단원, 각기 다른 악기 소리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 모두 무아지경이다. 단원들은 마치 실제 공연무대에 오른 것처럼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 들소리 단원 정경아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들소리를 대표해 가야금을 주로 연주하는 정경아(사진)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연습 도중에 나온 터라 질끈 묶은 머리에 편한 차림이지만 여느 맵시보다 멋졌다. 열정이 그의 몸을 감쌌기 때문이리라.

정 씨는 가야금 전공이지만 타악기도 다룬다. 가야금 현을 뜯는 손이 처음 북채를 쥐었을 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지만 문갑현 대표의 뜻에 따라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했다.

“가야금과 타악기를 다루는 근육이 서로 달라요. 가야금은 손끝으로 섬세하게 현을 타는 것이고, 대북이나 모듬북을 연주할 때는 또 다른 근육을 이용합니다. 이에 적응하기까지가 조금 힘들었을 뿐 다른 것은 괜찮습니다. 연습을 통해 단련하고 있죠.”

50여 개국에서 공연을 했다. 그리고 올해에도 벌써 벨기에 등지를 다녀왔으며 하반기에는 남미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현지 반응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연을 마친 후에 들소리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것은 똑같다.

정 씨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공연 준비를 하면서 뒤를 돌아봐도 현지인들이 소리를 질렀다”면서 열정적인 남미의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국민성이 조용한 벨기에서는 공연 내내 차분했지만 끝난 직후에는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혼이 담긴 무대를 꾸미기 위해 단원들은 하루 종일 더 나은 소리를 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침 9시에 출근하면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연습을 시작해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단체·소리별 시간표대로 움직인다.

“단원들이 가장 예민한 시기가 공연 들어가기 직전 연습할 때입니다. 단원들 간 트러블도 많이 생기죠. 하지만 공연을 하게 되면 서로 얼굴 맞대며 즐기거든요. 티격태격했던 연습과정이 공연하면서 다 풀어져요.”

늘 붙어 있다 보니 어느새 단원들 간 끈끈한 가족애가 생겼다. 그래서 20대를 갓 넘긴 단원들은 정 씨를 “엄마”라고 부른단다. 들소리 창단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단원도 있다. 특히 문 대표는 28년간 ‘비나리’ 등 전통소리를 알리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뛰었다.

들소리 공연을 보면 이들이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눈을 맞춘다. 진심으로 역동적인 공연이다.

“재밌고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연주자들이 먼저 느껴야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정말 신명나서 공연합니다. 관객이 있는데 악기만 쳐다볼 수 없잖아요. 저 같은 경우도 연습할 때 불을 꺼놓고 가야금을 연주합니다. 눈빛 등으로 저희의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거죠.”

들소리의 주요 레퍼토리는 ‘월드비트 비나리’다. 복을 기원하는 ‘비나리’를 바탕으로 전통 기악·타악 퍼포먼스를 펼친다. 행복을 부르는 노래, 희망을 기원하는 소리를 지향하는 야심찬 레퍼토리다. 공연은 한국적 휴머니즘 정신을 음악으로 풀어내 이미 세계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냈으며, 국내에서도 ‘월드비트 비나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들소리의 소원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동을 늘려가면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우리의 신명난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우리네 것을 알리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문화전도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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