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온갖 말이 난무하더니 개표하는 데만 4일이 걸렸다. 총 50개 주 가운데 위스콘신주는 재검표로 결정났고, 조지아주 등 3개주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에 의해 개표 중단 소송 또는 이의신청이 법원에 제기된 상태다. 그런 가운데 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서는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이 넘은 273명을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의 일부 유수 언론과 시민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민주당의 승리라고 믿는 가운데 후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거짓승자”라고 말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언론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고, 또한 소송과 재검표를 요구한 상태로 법적으로는 아직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미확정 상태이며 당선인 확정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000년 미국 대선 때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선 개표 결과 선거인단 확보 상황에서 공화당의 조지 워커 부시 후보가 246명, 민주당 엘 고어 후보가 261명을 확보한 상태에서 플로리다주 개표 결과 부시 후보에게 537표 차이로 진 엘 고어 후보 측이 재검표 소송을 냈던 것이다. 플로리다주는 선거인단 수가 25명으로 이 선거 개표 결과 어느 후보가 선거인단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으로 결정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 소송이 제기된 후 36일 만에 연방대법원에서는 재검표시 예정된 선거인단 투표 전까지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다며 ‘재검표 불가’로 결정함으로써 기존 결과와 같이 공화당 부시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를 가져가 선거인단 271명 확보했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존 엘리스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부시 대선 후보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대선과 재검표 소송에서 모종의 의혹이 있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으니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사건은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평도 있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언론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알리고 있지만 미국 선거제도에 따라 주정부에서 각기 대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하고, 오는 12월 14일 선거인단 투표와 내년 1월 6일 연방의회 선거인단 개표 결과가 이뤄져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했고 소송제기에 따라 선거인단 투표시기까지 대통령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연방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이 경우 하원 선거인단 의원 50명(1개주당 1명) 분포에서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니 트럼프의 재선이 전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0년 만에 승복 전통을 깨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어 미국 대선이 끝났지만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자부하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대선 불복해 또 한차례 파장을 몰고오면서 미국은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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