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고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넷플릭스 로고와 SK브로드밴드 로고. (제공: 각 사)

망 유지 책임 분쟁으로 등장한 ‘넷플릭스법’

넷플릭스-SKB, 망 사용료 문제로 소송까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논란의 넷플릭스법

“트래픽 양에 따라 업체에 가중치 부과해야”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트래픽 유발로 인한 망 품질 유지 책임을 두고 논쟁을 벌여 왔다. 심지어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이 문제로 소송전까지 진행 중이다. 이 분쟁을 해결하고자 이른바 ‘넷플릭스법’까지 논의되고 있다. 넷플릭스법이 뭐길래 업계에서 이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넷플릭스법이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 통신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일컫는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한국 이동통신망에 무임승차한다는 논란이 확산하면서 마련돼 대표적인 기업인 넷플릭스의 명칭을 따 넷플릭스법이라고 부른다. 이는 지난 9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 예고한 바 있다.

넷플릭스법에 따르면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국내 하루 평균 이용자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한다. 이 기준에는 ▲구글 23.5% ▲넷플릭스 5% ▲페이스북 4% ▲네이버 2% ▲카카오 1.3% 등 5개사가 해당한다. 넷플릭스법이 시행되면 글로벌 CP에도 망 이용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대상 기업에 부과되는 의무로는 ▲트래픽의 과도한 집중이나 기술적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 ▲트래픽 양 변동 추이를 고려해 서버 용량과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기간 통신사업자를 포함한 관련 사업자와 협의해 트래픽 경로 변경 등 서비스 안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유가 발생할 경우 사전 통지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 ▲이용자를 위해 온라인·자동응답시스템(ARS) 채널 확보, 서비스 안정성 상담을 위한 연락처 고지 등이 있다.

더불어 해외 사업자들도 정부의 자료제출명령 등을 이행할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의무사항을 위반하는 사업자는 1차로 시정명령을 받으며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넷플릭스법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갈리고 있다. 찬성 측은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주축이다. 반대 측의 주축은 글로벌 CP들인데 넷플릭스법이 이동통신사의 의무를 CP에게 전가한다며 반발한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첫 변론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재판에서 넷플릭스는 인터넷 시장에서 ‘접속료’와 ‘전송료’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이용자와 CP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요금인 접속료를 통신사에 지불한다. 통신사는 전달받은 콘텐츠를 다른 이용자 또는 통신망으로 전송하는 의무가 있다. 이용자와 CP가 접속료를 지불했으므로 전송료를 추가로 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넷플릭스 측 대리인은 “원고는 온라인을 통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CP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며 “피고는 인터넷 가입자에게 넷플릭스 서비스를 전송하는 자신의 업무 이행에 드는 전송료를 부담하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이미 인터넷 가입자들로부터 전송 대가를 받았음에도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원고와 같은 CP는 전송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전 세계 7200여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누구에게도 전송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측 대리인은 “인터넷 시장에서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인터넷서비스 제공과 안정적인 국가기간통신망 유지를 위해 지난 3년간 2조 3800억원을 투자했다”며 “원고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국내 시장에서 439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망 품질 유지를 위한 투자와 비용은 모두 국내 ISP에게 전가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국내외 CP들은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원고도 프랑스 통신사에 여러 명목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질은 망 이용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 시장의 3대 주체는 이용자와 통신사, CP이다. 인터넷 시장 양면시장 속성상 이용자와 CP가 통신망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CP가 합당한 망 이용료를 내야 다른 쪽 종단에 위치한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넷플릭스법에서 적용 대상을 총 1%로 정한 기준에 대해서 근거가 명확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정한 기준을 두기보다는 망 사용료를 모든 부가통신사업자에게서 받되 트래픽 양이 큰 업체는 망 이용 대가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권상희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망을 공공재로 보느냐 사유재로 보느냐 잣대를 들이대기에 따라 다르지만 1%라는 기준으로 망 사용료를 거두면 1% 이상인 업체들은 억울한 입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기준 이상에 해당하는 업체에서만 망 사용료를 걷지 않고 모든 업체에 트래픽 양과 상관없이 망 사용료를 걷되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업체에는 가중치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권 교수는 망을 고속도로에 빗대어 “고속도로에 큰 트럭 같은 대형차가 계속해서 지나가는 것과 소형차가 다니는 것은 도로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의 차이가 크다”며 “당연히 트래픽이 클수록 망 유지에 부담이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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