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화재가 났다 하면 반드시 등장하는 게 있다. 바로 샌드위치 패널이다. 이번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때도 등장했다. 기존 샌드위치 패널을 얇게 압축해 놓은 형태인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썼는데 그동안 많이 쓴 드라이비트 방식의 샌드위치 패널 못지않은 위험성을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화재에서는 93명이 병원에 실려 갔지만 다행스럽게도 중상자는 세 명에 그쳤다. 소방 선발대가 5분 안에 출동해서 화재의 예봉을 꺾지 않았다면 큰 참사로 발전할 뻔했다. 33층의 대형 아파트인 데다 강풍까지 불었다. 조금만 더 늦게 출동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큰 참사로 변화됐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국회, 정치권의 대응은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알루미늄 패널이 문제된 부산해운대 화재참사를 겪고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요 정당들과 정치권,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될 것이다.

지난 봄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물류창고 화재도 샌드위치 패널이 문제가 됐다.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집과 건물이 너무 많아 또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건물은 발화가 됐다 하면 불이 발화지점과 근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진다. 샌드위치 패널 문제는 대형화재 때만 뉴스에 잠깐 등장하고 관심에서 곧 사라진다. 단 한 곳의 화재로도 많은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 요모조모 따져서 잘못된 걸 고치지 않고 왜 불안한 상황을 방치하는가? 정부와 집권 정치세력은 무관심하거나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 야당의 일부 정치세력은 정쟁에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열정을 보여주면서도 국민의 목숨이 달려 있는 샌드위치 패널 문제는 관심 밖이다. 어찌 온전한 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겠는가?

울산 화재를 계기로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존 건물에 이미 시공돼 있는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샌드위치 패널은 뜯어내고 리모델링하거나 보완시공을 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토부장관, 행안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의 책임자들은 샌드위치 패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어놓아야 한다. 가연성 높은 샌드위치 패널 같은 건축자재는 제작 유통 판매를 금지함은 물론 건축에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사건이 거듭 반복되고 희생자는 끊임없이 나오게 된다.

야당도 책임 있지만 일차적 책임은 집권당에 있다. 국회 의석 60%를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돼 있는 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당으로서 역사적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거대 정당이 된 집권 민주당이 시대적 소명을 저버리면 역사에서 버림받을 것이다.

역사는 냉정하다.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심판받게 돼 있다. 지금의 국민의힘이 여러 가지 유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힘을 못 쓰는 건 자신들이 집권할 때 집권당으로서 사명을 저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민들에게 절망만 안겨주는 정치세력으로 전락할 것이다.

울산시가 화재 피해를 당한 이재민에게 숙박과 식사비를 지원한 것을 두고 왜 지자체가 지원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재로 몸과 마음을 다치고 집까지 잃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다. 국가기관이 제역할한 걸 두고 왜 공적인 돈을 썼냐고 따지면서 개인 돈으로 해결하라고 말하는 건 공동체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나 야박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가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임시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거처에 대한 대안이 없는 사람에게는 지속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이런저런 기준 때문에 삶터에 대한 대책이 없는 사람들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마음 쓰기 바란다.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몸을 다치거나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치료는 물론 거주와 생활 대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그런 나라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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