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철원=김성규 기자] 고석정과 고바위 있는 곳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아름다운 협곡이 펼쳐진다. 사진은 고석정 협곡 계곡.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 철원=김성규 기자] 고석정과 고바위 있는 곳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아름다운 협곡이 펼쳐진다. 사진은 고석정 협곡 계곡. ⓒ천지일보 2020.10.14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조선 명종 임꺽정 배경 ‘고석정’

韓의 나이아가라폭포 직탕폭포

역사 학습의 장으로도 손색없어

[천지일보 철원=김성규·이성애 기자] 강원도 평강 추가령곡에서 시작해 철원과 연천을 거쳐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는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 한탄강(漢灘江)은 수직절벽과 협곡으로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는 명소 중의 명소다. 특히 한탄강 일대는 50만년의 시간이 빚은 지질자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2시간 남짓이면 이곳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 도착할 수 있다. 열차로는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의정부역→ 동두천역→ 신탄리역→백마고지역(철원역)에 하차하면 된다.

◆홀로 한탄강을 지키는 ‘고석정’

고석정은 철원 8경 중 하나로서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아 1977년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한탄강 중류에 있는 고석정은 서기 601년 신라 중평왕 때 고석바위 맞은편에 10평 규모의 2층 누각을 짓고 강 중앙의 고석과 정자 및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을 총칭해 부른다. 1971년 강원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고석정은 신라 때 진평왕이, 고려 때는 충숙왕이 찾아와 노닐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고석정이 더욱 유명해진 이유는 조선시대 명종 때 임꺽정(林巨正~1562년)의 배경지로 알려지면서다.

임꺽정은 고석정 건너편에 돌 벽을 높이 쌓고 산성 본거지로 삼았다. 당시 함경도 지방으로부터 이곳을 통과해 조정에 상납할 조공물을 탈취해 빈민을 구제하는 등 부패한 사회계급에 항거했던 역사적 인물이다. 현재도 강 중앙에 위치한 10m 높이의 거대한 기암봉에는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석성이 남아 있다.

철원군의 고석정 일대 바위들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고석 명물이다. 1억년전 중생대(지구 탄생 약 45억 6000년만) 백악기 용암에 의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별도로 입장료는 없으나 주차비는 2000원이다. 주차장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한 고석정과 고바위 있는 곳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아름다운 협곡이 펼쳐진다.

한탄강 한가운데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 꼭대기 소나무를 보면 절개가 느껴진다. 흙이라고는 전혀 없는 바위틈에 일곱 그루 소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새파랗게 자라고 있다. 길이 약 1.5㎞ 깊이 약 30~40m에 이르는 신생대 현무암은 아름다운 협곡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천지일보 철원=김성규 기자]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로 불리는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 흐르는 직탕폭포. ⓒ천지일보 2020.10.14
[천지일보 철원=김성규 기자]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로 불리는 강원도 철원군 한탄강에 흐르는 직탕폭포. ⓒ천지일보 2020.10.14

◆강물이 커튼처럼 드리워진 ‘직탕폭포’

고석정에서 약 2㎞지점을 지나면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라 불린 직탕폭포가 나온다. 직탕폭포는 강물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여울이라서 직탄(直灘)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이후 직탕(直湯)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직탕폭포는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약 80m의 주상절리를 강물이 커튼처럼 가린 채 3~4m 높이에서 떨어진다.

주상절리가 발달한 곳에는 침식작용이 일어나면서 하나하나의 기둥들이 무너져 내려서 수직 절벽을 이루고 있다. 직탕폭포는 살아 움직이는 폭포라고도 말한다. 예로부터 직탕폭포 밑에는 폭포를 뛰어넘지 못하는 고기들이 많아 고기 반 물 반이라는 속설이 있어 낚시꾼들도 몰린다. 폭포수 아래 길 건너 큰 바위 위에는 수십명의 관광객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팔뚝만한 고기를 잡았지만, 뜰채(그물주머니)가 없어 고기를 놓치고 마는 아쉬운 장면도 볼 수 있었다.

가뭄이 심할 때면 강바닥 현무암 주상절리가 모두 드러나 거대한 팥 시루떡을 깔아놓은 듯하다. 매년 7~8월경 비가 많이 와 강수량이 늘면 폭포의 강물 소리가 우레 소리 같으며 물보라가 일어 무지개가 생겨난다. 직탕폭포의 강물이 높은 곳에서 웅장하게 떨어지는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은하수 여울’이란 이름의 한탄강

한탄강은 줄기를 타고 수십만년 동안 흐른 강물이 아름다운 화강암 바위 조각을 탄생시킨 철원평야의 젖줄이자 철원군 제일의 관광지이다. 철원에 들어서니 벌써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쌀 생산지인 철원 들판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조금 남은 벼들이 남아 있다. 철원 한탄강은 다양한 토종물고기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들판에는 각종 들꽃이 만발하다. 한탄강은 궁예가 왕건에게 쫓기다 이곳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고 해서 한탄강이 됐다는 전설도 있다. 그러나 한탄강은 ‘큰 여울’ 또는 ‘은하수 여울’을 뜻하는 아름다운 강이란 뜻이다.

한탄강은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으로 다양한 지질 지층을 볼 수 있다. 주상절리가 곳곳에 분포해 관광지로서 뛰어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지질학적인 학술 가치는 물론 모래무지, 마자, 어름치, 메기, 쏘가리 등 많은 물고기들이 한탕강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어 자연생태 학습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여름에는 래프팅으로 겨울에는 얼음을 밟고 주상절리를 관광할 수 있는 비경으로 가득 찬다. 특히 50만년의 시간이 빚은 지질자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0배에 달하는 한탄강 일대는 지난 7월 국내 네 번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한탄강은 신생대 지층을 밟으면서 절벽 아래로 내려와 수억 년 전 중생대 암석을 만져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시 종암동에서 관광을 위해 방문한 김한종(50, 남)씨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사가 깊은 곳이 있다는 것이 신비스럽고 50만년 이상 홀로 지킨 ‘고석정’과 협곡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며 “이런 곳에서 의적(임꺽정)들이 활동했다는 것도 새로운 역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관광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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