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개신교 단체와 매체 등이 6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전광훈, 거짓 선동가 하나냐의 맥을잇다-전광훈 사태로 바라본 한국교회의 오늘날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스앤조이 유튜브 캡처)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개신교 단체와 매체 등이 6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전광훈, 거짓 선동가 하나냐의 맥을잇다-전광훈 사태로 바라본 한국교회의 오늘날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긴급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뉴스앤조이 유튜브 캡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윤옥 인턴기자] 구약성경 예레미야서 28장에는 당시 선지자 예레미야에 맞선 거짓 선지자 ‘하나냐’가 나온다. 남유다가 바벨론에 멸망당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하나냐는 백성들에게 “2년 안에 바벨론에 빼앗긴 성전 기물을 되찾고, 포로 된 백성들도 다 돌아올 것”이라는 어찌 보면 긍정적 예언을 전한다. 반면 예레미야는 “유다 백성은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을 섬길 수밖에 없다”는 직설적인 하나님의 경고를 전한다. 결국 하나냐의 말은 백성을 선동하려고 했던 목적의 거짓 메시지로 드러났고 하나냐는 저주를 받아 죽게 된다.

전광훈 사태 진단 긴급좌담회

“보수개신교, 전광훈과 같아

한국교회 풍토부터 바꿔야”

“성경으로 분별해야” 주장도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 등 6개 진보 성향 개신교 시민단체와 개신교 매체 등이 6일 서울 종로구 청어람홀에서 ‘전광훈, 거짓 선동가 하나냐의 맥을 잇다-전광훈 사태로 바라본 한국교회의 오늘날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 제목처럼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개신교 인사들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하나냐’의 맥을 잇는 ‘거짓 선동가’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장동민 백석대학교 역사신학과 교수는 하나냐와 전 목사의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서 현실을 해석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 목사가 ‘종교·이념·권력’ 세 가지를 하나로 합친 대표적인 거짓 선동가라고 했다.

장 교수는 “최고의 권위를 지닌 궁극적인 가르침이라고 하는 종교가 한 시대의 정치적인 이념과 통일시 되고 또 그것이 한 사람 메시아의 말이라고 느껴지게 되면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며 “전 목사는 이 셋을 합쳐 권력을 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목사는 종교와 이념을 결합시켜 보수 개신교와 극우 시민단체 등이 하나 되게 했다. 그가 주도했던 문재인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는 정치 집회였지만 항상 ‘예배’ 순서가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전 목사는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나에게 보여주셨다’ ‘하나님과 직접 대화를 한다’ 등 예언적 성격의 주장도 수차례 해왔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수만명의 시민중엔 전 목사를 하나님이 보낸 선지자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장 교수는 “종교·이념·권력을 하나로 합친 인물들은 역사 속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했다”며 “특히 전 목사는 1950년대 활동했던 조셉 메카시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했다.

조셉 메카시는 1950년대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반공주의를 외치며 적색분자 색출에 앞장서며 반공 선풍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의회뿐 아니라 할리우드 연예계에도 광범위하게 공산주의자가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주사파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에서 문재인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8.15

장 교수는 “메카시의 철저한 반공주의의 배후에는 가톨릭 신앙이 자리 잡고 있었다”며 “그는 반공주의와 기독교가 하나 되게 했다. 이는 여러 가지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트럼프를 지지하는 미국의 근본주의로 진화해서 오늘에 이른다”고 말했다.

전 목사의 도를 넘는 정치적 행보에 교계 내에서는 일찌감치 전 목사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올해 교단 정기총회를 앞두고 전 목사에 대한 이단규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서다.

그러나 올해 대형교단들은 전 목사 이단 규정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결정을 미뤘다. 이에 대해 개혁연대 공동대표이자 주날개그늘교회 담임 남오성 목사는 주류 보수 개신교 세력의 정치적 입장이 전 목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 목사는 “보수 개신교 세력은 과격한 선동가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며 “자신이 나서자니 면이 안 서는데, 용감히 나서 주는 사람이 있으니가 가만히 있는 것 같다. 이번에 교단들이 온라인 총회를 했지만 얼마든지 단죄할 수 있었다. 부응하지 못한 건 자기들이 전광훈이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는 보수적인 한국 교회의 특성 등으로 인해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봤다.

하 총무는 “총회 전 전광훈 사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바꿔야 한다는 소리도 나왔지만 이걸 바꿀 시스템이 아니었다”며 “총대 대다수가 60대 이상이라 젊은 층이나 개혁적 목소리가 나오는 게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경직된 구조다 보니 전광훈에 대한 우호적 입장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21일 제105회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 가운데 제주노회가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 안건을 본회의에서 다뤄달라고 제안했지만 거절됐다. 예장통합이 이날 서울 도림교회를 본부로 전국 37곳의 회집 장소에서 줌을 활용한 온라인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예장통합 총회 실황 유튜브 화면캡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21일 제105회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 가운데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여부에 대해 연구를 더 하겠다고 결정했다. 예장통합이 이날 서울 도림교회를 본부로 전국 37곳의 회집 장소에서 줌을 활용한 온라인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예장통합 총회 실황 유튜브 화면캡처)

그는 전 목사와 같은 목사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한국교회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총무는 “기독교는 목사를 믿는 종교가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종교”라며 “교회는 목회자 한 명이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수평적 상황에서 성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는 교인들이 성경을 통해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 교수는 “일단 성경을 많이 보고 이해해야 한다”며 “역사와 시대를 보는 안목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만이 심판자임을 믿으면서 과도한 확신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보는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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