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4돌 한글날이다. 가장 완벽한 표음문자 한글은 볼수록 아름답고 경이로운 글자다. 모 외국인은 단 두 시간이면 한글을 떼고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너무나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글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한글 창제는 어려운 한자로 인해 백성들이 자기의 생각을 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발로였다. 하늘과 같은 위치에 있는 임금이 백성의 불편함을 헤아려 중신들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며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에 감읍(感泣)할 따름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편의주의와 편견에 묻혀 일부 한글표기가 사라졌는데, 순경음이나 이중자음 등을 되살리면 한글의 표현력과 정확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진다. 영어의 V, F, L 발음은 현재 한글표기로는 불완전하다. 그러나 순경음이나 이중자음 등을 되살리면 이런 표기도 완벽해진다. 외국어도 더 정확히 빨리 배우고 전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창제 당시 이런 표기가 있었던 것은 방언까지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울말을 표준어로 하면서 방언을 천시했던 현대와 달리 어느 방언이든 백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창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생각과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 세종대왕이 있어 배움의 기회조차 없었던 백성들과 여인들은 소통할 수 있었다. 모든 백성이 생각을 키울 기회를 얻었으니 따지고 보면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의 가장 큰 토대를 쌓은 분이 세종대왕이 아닌가 싶다.

한류열풍은 한국어 열풍으로 이어지고, 한국어 열풍은 한글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인이 한글의 우수성을 경험하고 있다. 한글을 접한 세계인들은 과학성과 편리성에 놀라고 디자인적으로 아름답다며 호감을 표한다. 또 한글은 이제 한국인을 넘어 전 세계 글 없는 나라의 희망이 되고 있다. 한글을 사용하는 이국(異國)인을 위해서도 우리가 스스로 버린 각종 한글표기를 되살린다면 한글의 우수성과 정확성을 더 빠르게 인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발음을 가장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표음문자를 만들고도 이런저런 편의주의와 편견에 묻혀 우리 스스로 버린 한글표기들. 이제라도 되살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널리 사용해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던 뜻을 온전히 실현할 때가 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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