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빚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여당 국회의원 중심으로 최근 기본소득법안이 발의되면서 국가부채가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반세기 만에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처리됐는데, 한 달 만에 다시 4차 추경이 통과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여당 국회의원 중심으로 기본소득법안 2개가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회부됐다. 두 법안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금전 또는 지역화폐를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1차 재난지원금 당시 지급대상 기준에 대한 선별 논란으로 지급이 늦어지자 결국 전 국민에게 지급했다. 이런 상황을 틈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제가 언급되더니 결국 법안까지 통과됐다.

이 때문에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포퓰리즘 정치로 인해 특히 국가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결국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제2의 IMF사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28일 최유성 통계청 경제통계국 소득통계과 사무관과 황남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이 발간한 통계청의 ‘KOSTAT 통계플러스’ 가을호에서도 75세 이상에 연금 등의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이전 규모가 2013년 13조에서 2016년 29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 복지를 위한 정부 재정이 이미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한 어려운 사람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는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까지 도입된다면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 결국은 최악의 경우 국가부도까지도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가 아직은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도입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우리가 부채가 많아지면 외국투자자들에게 신용도가 떨어져서 돈들이 빠져나가 최악의 경우 제2의 IMF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 역시 “선거가 다가오면 보편적 복지와 관련된 정책뿐 아니라 법안 발의가 많아질 것 같은데, 단기적으로는 국민들의 시선이나 주목은 받을 순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에는 썩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편적 복지의 특징이 주던 걸 뺐으면 굉장히 싫어한다. 우리가 1차재난금을 줬지만 2차재난금은 선별적으로 하게 되면서 제외됐던 사람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법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고 특정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적 공약이면서 그것을 법제화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부채가 커지게 될 경우 우선 국가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때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야 되기 때문에 외자유치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스위스나 유럽에서도 기본소득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부결된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우리나라는 현재 어떤 나라보다도 국가부채 증가율 속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은 위험하다고 본다. 아직 통과는 안됐으니깐 충분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846조 9000억원(GDP 대비 43.9%)으로 증가했다. 작년 국가채무(740조 8000억원)보다 1년새 100조원 넘게 급증했다. 확장적 재정으로 지출을 확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59년 만에 4차 추경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로 가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 2000억원)보다 5년새 410조원이 넘게 급증한다. 이는 반드시 갚아야 할 나라빚이기 때문에 미래세대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포인트가 입금되면서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13일 오후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이 가능한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안경점에서 시민들이 안경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카드 포인트가 입금되면서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13일 오후 재난지원금 카드 사용이 가능한 서울 남대문시장의 한 안경점에서 시민들이 안경을 고르고 있다. ⓒ천지일보 2020.5.13

일각에서는 OECD 국가 34개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109%인데 비해 한국은 40% 정도밖에 되진 않으니깐 아직은 안심해도 된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0% 이상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신세돈 교수는 “국가 채무비율이 50%가 되면 위험한데, 만약 현 정부가 한 번 더 집권한다 60%까지 갈 것 같다”면서 “코로나19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인철 소장은 “지금은 워낙 전 세계적인 어려움 때문에 재정정책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들도 보면 재정준칙을 마련해서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장 먼저 여윳돈이 생기면 국가부채를 먼저 갚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금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부채를 갚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후세부담으로 다 전가된다”고 말했다.

국가부채가 증가할 우려 때문에 기획재정부도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고, 5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 12월 재정준칙 제정 계획을 밝힌 뒤 약 9개월 만의 논의 끝에 공개하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이나 재정수지 적자에 대한 상한선 등을 정해놓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34개국이 이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전 세계로 넓히면 92개국이 도입했다.

김대종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건전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재정준칙을 통해 국가부채 비율을 한정 짓는 것은 꼭 필요하다”면서 “아르헨티나가 7번의 국가부도 위기 상태를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도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쓴다면 베네수엘라와 같은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재정정책 혹은 포퓰리즘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