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박근혜 정부 위안부 합의 비판했지만

위안부 피해 진상규명‧재협상 없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성추행 사건에

성 평등 정책 명분과 동력 사라져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성 평등 관련 조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여성 인권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 ▲실질적 성 평등 사회 ▲일‧가족 생활의 균형 실현 ▲성별 임금 격차를 OECD 수준으로 적용 ▲육아 환경을 조성해 여성 경제활동 참여 지원 ▲젠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여성의 건강권 보장 및 건강 문제 대책 마련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등을 약속했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박근혜 정부의 12.28 위안부 합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일본 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정의로운 해결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 일인 8월 14일을 기림일로 지정하고 조성물을 보호하겠다는 공약 외에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과 지원 단체의 요구와는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밝혔던 재협상은 이미 2018년 1월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밝힌 바와 같이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했기에 파기됐다.

이와 함께 정부가 2018년 7월 24일 일본 정부 출연금 10억 엔을 전액 충당하기 위한 103억 원 규모의 예비비 지출안을 통과시키고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양성평등 기금’에 출연했다. 하지만 충당 예비비 103억 원에 대한 집행을 위한 일본 정부와의 협의는 예산편성 2년여가 되도록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18년 8월에 여성가족부가 위안부의 역사적 자료 수집 보존 관리와 조사 연구 체계적 수행을 위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연구소’를 창설했지만, 조직의 위상과 구성 등이 미흡한 상황이고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니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 당시 의혹을 이용수 할머니가 폭로하면서 이 같은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현재 윤 의원은 정의연 이사 재직 당시 각종 의혹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의 보직과 당원권까지 내려놓았다. 다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도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검찰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즐거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5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폭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 즐거운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5

또한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와 함께 대통령 직속 ‘성 평등 위원회’ 설치는 취임 이후 ‘대통령 직속 성 평등 위원회 설치 추진’으로 후퇴시켰으며, 현재 추진조차 하고 있지 않다. 사실상 추진 의사가 없으며,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정한 목표를 모든 영역에서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위공무원, 지방공기업 관리자, 군인 간부, 경찰 관리직 등에서는 여성비율 목표가 낮다는 점에서 여성대표성 제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마저도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 등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공약의 진정성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8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성 평등한 사회도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성추행 의혹으로 인해 정부‧여당이 거론하기 껄끄러운 사안이 됐다”면서 “이 정책을 추진할 명분도 상실됐고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동력도 잃어버린 상황에서 공약이 지켜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 3년이 넘은 상황에서 대안을 제시해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일‧가족 생활의 균형 실현 ▲성별임금격차를 OECD 수준으로 적용 ▲육아 환경 조성을 통한 여성 경제활동 참여 지원 ▲여성의 건강권 보장 및 건강 문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세부 공약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20~40대 여성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아울러 현재 여성 정책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대한민국은 남녀‧세대‧진영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여성 인권은 과거부터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 여성계 인사는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왔고 여성 인권은 낮은 편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여성 위주의 정책이 아닌 남녀 모두의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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