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명절을 앞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위치한 한복 판매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명절을 앞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 위치한 한복 판매점이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9.26

바닥 찍고 3분기 반등 물거품
소비 등 지표 예상보다 악화
수출 개선, 추석 이후 확산이 변수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주춤하면서 세계 속에서 선방했던 한국경제가 역대급 긴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깔렸다.

27일 정부와 경제 전문가 등에 따르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던 각종 경제 관련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료를 통해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을 작년 동기 대비 -2.8%로 보고했다. GDP(국내총생산) 통계를 발표한 35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아 선방한 것으로 평가했고, G20 국가에서도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런데 긴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이 덮치면서 3분기 반등은 물 건너갔다. 지난 13일 블룸버그통신도 24개 국내외 투자은행(IB)과 경제연구소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1.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아직까진 중국 다음으로 2위의 성적이지만 코로나19가 더 이상 크게 확산되지 않는다는 것과 재정정책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전제라 관건은 방역에 달려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역대 최장 장마와 폭우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역대 최장 장마와 폭우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8.04

올해 역성장은 기정사실이 됐다. 국내외 기관들 대부분이 -1% 안팎의 성장률을 점치는 가운데 추석 이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3분기가 시작된 지난 7월까지만 해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는 높았다. 2분기 후반부터 긴급재난지원금 등 정책 효과로 소비를 비롯한 내수가 살아났고 수출도 회복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부지방 기준으로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역대 최장인 54일간 이어진 긴 장마와 집중호우가 발목을 잡았다.

또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연달아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결정적인 건 코로나19의 재확산이었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소비쿠폰까지 발행하면서 외식과 여행을 장려하다가 그만 역풍을 맞고 말았다.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단계 격상까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4차 추경안을 결정했고,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추석 전 지급이 이뤄지고 있어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내수활성화를 위해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하고 소비쿠폰까지 발행한 것에 대해선 정부의 무리한 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DB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를 통해 “우리 정부가 처음에는 방역을 강하게 하다가 8월부터는 확진자 숫자도 줄고 하니깐 그걸 다 잡은 것이라 생각하고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 곧 경제를 우선시 하면서 규제도 풀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며 “2차 확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제와 방역은 상극이다. 따라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코로나가 완전히 잡힐 때까지, 적어도 한 달 정도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유지될 때까지는 강하게 통제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 것은 그 다음이다”고 주문했다.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6.0% 줄어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생산은 0.3% 증가했으나 증가세는 5월(2.4%), 6월(2.2%)보다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 8월 지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수출이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7월(-7.1%), 8월(-9.9%) 모두 작년보다 감소했으나 4월(-25.6%), 5월(-23.8%), 6월(-10.8%)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특히 9월 1∼20일 수출은 작년보다 3.6%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에 수출이 기여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2분기가 워낙 좋지 않아 3분기에 기저효과가 있고 수출 개선세로 선방만 한다면 마이너스 행진을 끊고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DB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방역을 하고 막아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당분간 내수가 어렵더라도 우리나라는 무역이 강하기 때문에 내수경제 위축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0.2% 전망에서 이달 -1.1%로 역성장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월 -0.8%를 제시했으나 이달 -1.0%로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6월 -0.9%로에서 이달 -1.0%로 하향했다. 반대로 전망치를 유지하거나 상향한 곳도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0%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존 -1.5%였던 전망치를 이달 -0.9%로 상향했다.

김대종 교수는 “코로나19가 백신이 나온다 하더라도 확산세는 반복될 수 있고, 전체인구의 80%이상이 백신을 맞아야만 전파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내년까진 가야 종식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올해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으로 예상되며 한국경제 성장률은 -1%대 중반 정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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