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후 1시 반경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부산상호저축은행 피해 예금주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업정지 1주일 전 고금리 예금 상품 출시해 가입자 늘려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부산상호저축은행 직원들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날 VIP 고객과 친인척에게만 해당 사실을 통보하고 늦은 시간까지 예금을 인출해줬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예금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부산시 동구 초량동 본점 앞에는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자들로 북적였다. 모인 예금주들은 의견을 교환하며 부산상호저축은행의 ‘계획적인 사기였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거래를 유지해 예금주들의 돈을 끌어모으는 등 시민을 상대로 ‘계획적인 사기’를 벌였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피해자 황모(72, 동구 범일동) 씨는 “정월 보름 은행을 찾을 당시 2월에 만기 되는 2000만 원짜리 적금이 있었다. 그런데 직원이 돈을 찾지 말고 맡겨두었다가 3월에 타는 적금과 함께 가져가라고 만류해 이상하게 여겼다”고 증언했다.

황 씨는 그로부터 이틀 뒤 이번 사태를 맞게 돼 2월 적금 2000만 원과 3월 적금 3000만 원을 날렸다. 황 씨는 이 일로 맏아들 결혼자금이 사라져 살던 집을 청산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황 씨에겐 30년간 청소를 하며 번 돈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70대 할머니는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다 이 꼴을 당했다. 남편이 빚더미에 올라 시름할 때도 깨지 않고 모아온 돈인데 이 꼴을 당했으니 남편에게 돈을 잃었다고 어떻게 말하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영업정지 일주일전 부산상호저축은행이 높은 금리로 내놓은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하소연하는 피해자도 있었다.

정모(76, 양정) 씨는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지난 2월 11일 내놓은 ‘OO정기예금’을 가입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고 했다. 18개월 복리가 8.09%에 달하는 ‘OO정기예금 은 부산상호저축은행만의 신규 예금 상품이다. 정 씨는 “부산 시내에 있는 은행 복리 이자 7%보다 이율이 셌다”면서 “이 상품이 나온 후 새마을금고와 농협에 맡겨 뒀던 돈까지 끌어다가 투자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피해자는 “이 정기예금이 나온 후 창구가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었다. 이 때문인지 가입 날은 예정 영업시간보다 4시간가량 늦은 8시 이후 까지 영업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역시 이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면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기 전까지 저축은행이 서민을 상대로 장사를 잘 해먹은 셈”이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피해자의 말을 종합해 봤을 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로 인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 예금주가 다수일 것으로 짐작됐다.

이에 대해 부산상호저축은행 관계자는 “OO정기예금은 가족정기예금을 전환한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삼화저축은행 사태 이후 적금 상품을 불안하게 여기는 경향이 높아진 데다 적금이 대게 12~2월에 빠져 나가는 경향이 있어 이를 묶어두려고 만든 상품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내려진 이상 은행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이 제한적”이라면서 “부산상호저축은행의 인수·합병 가능성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오후1시 부산상호저축은행비상대책위원회(김옥주 위원장)는 부산시 서면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산상호저축은행비대위는 이번 주까지 국회 정무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한 뒤, 다음달 2일부터 서울에서 집회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