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출처: 외교부 홈페이지)

K방역 무기로 국제사회 위상 제고 꾀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기 직면하기도

한반도 둘러싼 외교 환경 녹록치 않아

 

G2경쟁 심화 속 부담 떠안는 韓외교

시진핑 주석 방한 가능성에 관심 집중

한일·남북 관계 냉랭… 개선책도 답답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국제질서와 국가 간 외교관계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국 이기주의는 심화하고 있는데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한층 심화하면서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외교전에도 기회이자 위기라는 두 가지 갈림길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정부는 이른바 ‘K방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 제고를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K방역을 앞세워 펼쳤던 정부의 외교전이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앞으로 K방역을 무기로 외교적 위상을 제고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비대면 외교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국경의 빗장을 잠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외교 환경은 녹록치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을 관리하면서 오는 11월 3일에 있을 미국 대선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G2라 불리는 미중 간 패권경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미중 간 갈등은 진행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갈등이 심화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갈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중 사이에서 한층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선택을 요구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2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정부가 이른바 안보는 미국을 선택하고 경제는 중국을 선택하는 건 있을 수 없다. 경제와 안보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취하고 있는 ‘EPN(반중국 경제 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처럼 단순하게 안보 문제를 넘어서 경제·기술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면서 “사안별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일방을 선택하기보단 우리의 전략 노선 속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 기계적인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7.11.09 (출처: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한중은 지난달 22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 방한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내 방한’이란 표현은 사라졌지만, 양 위원이 “한국은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고 언급한 만큼,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최우선 외교 과정 중 하나로 꼽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일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총리가 아베 신조 내각의 계승 의지를 드러낸 만큼, 한일관계의 냉각기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선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일부에선 코로나19 사태로 방역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있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는 일본이 우리 정부와 방역 협력 등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후보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물망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9.1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후보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물망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9.1

냉각된 남북관계도 전환점을 만들지 못하는 흐름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건·방역 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 방역과 수해·태풍 피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는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누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어서다. 북한도 대선 결과가 나온 이후 북미대화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지금은 모두 현상 유지라고 봐야 한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상황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도 지금은 크게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우리와 대화를 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우리가 전향적으로 하려고 하면 제지하고 있다”면서 “한중관계는 시진핑 주석이 오지 않아서 풀리지 않고 있고, 한일관계도 아베 후임이 전향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9.1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6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방문해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두 정상이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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