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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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자체 생산했다. 핵발전소와 핵 잠수함 기술을 소련과 서방이 제공하지 않아 결국 스스로 만들어 냈다. 시간의 문제이지 지금 중국이 가장 절실한 반도체도 마찬가지가 될 공산이 크다. 그러한 움직임들이 벌써부터 서서히 보인다. 본질적으로 중국은 과학 기술 관련 기초체력이 튼튼한 국가이다. 기초과학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양적으로 넘친다. 양질의 법칙이 있다. 양이 많으니 당연히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결국에 나오게 돼 있다.

사실 반도체만 빼고 한국의 기술 수준정도 이거나 뛰어넘은 부문이 적지 않다. 철강, 석유화학, 자동체, 디스플레이 등을 생각해 봐도 추단이 가능하다.

첨단산업에 필수불가결한 반도체 분야만 그동안 자체 조달이 불가능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난 4월에 128단 3D낸드 시제품을 공개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긴장시켰다. 과연 이것이 언제 사용될 것인가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발표회를 개최하고 중국의 상거래 사이트 징둥닷컴에 판매를 알렸다. 양쯔메모리(YMTC)가 만들어 출시한 것이다. 중국의 수재만 모이고, 시진핑도 졸업한 대학인 칭화대학교가 100% 투자한 국유반도체 그룹 칭화유니의 자회사이다. 256GB는 6만 4000원, 521GB는 9만원 정도이다. 낸드플래시 기술은 위협적인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대량의 제품을 양산해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15일 전 세계적으로 화웨이에게 미국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수출을 금지시켰다. 중국회사 SMIC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직후, 당당하게도 아무리 제재를 해도 우리는 해낸다 라고 시위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반도체 국산화를 절체절명으로 삼고 있다. 분명 지금까지의 기술수준을 보면 중·저가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2∼3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의가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판로와 시장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닌가. 중국의 장점은 자체적으로 소비할 시장이 있다는 그 어느 국가도 가지지 않은 다수의 인구가 있어 더욱 그렇다.

반도체는 중국의 주요 수입품이었고 항상 자립화가 목표였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제재가 자립화를 앞당길 것이 자명하다. 물론 단기적으로 산업성장을 일시적으로 억제는 시킬 것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있는 중국은 사즉생 자세로 관련 인재를 집중시키고 있다. 국가 계획경제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가능하다. 그렇기에 미국업체들은 오히려 걱정이 많다. 수출규제가 중국의 전의를 불태우고, 나아가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이 48%에서 향후 18%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미국도 알면서도 묘수가 없다. 단지 중국의 양산화를 지체시킬 뿐이다. 미국의 국제적이며 사활적 이해관계가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그 최전선에 한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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