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아동학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유행 이후 가정폭력 2배 증가

아동 결혼, 노동까지… 아동학대 급증

국내서도 아동학대 우려 목소리 나와

“학대, 가정서 은밀하게 계속 이어져”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손지하 인턴기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가정폭력·방임 등 학대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 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0일 ‘코로나19 시대’ 아동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11세~17세 아동 8069명과 양육자를 포함한 성인 1만 7565명 등 총 2만 56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8%에 머물던 아이들의 가정폭력 경험 비율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로 휴교 등 조치가 이뤄지자 17%로 2배가량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와 같이 보호받을 수 있는 시설에 가지 못하게 됐고, 이로 인해 가정 내에 스트레스가 코로나19에 대한 심리적 고통과 더불어 누적돼 문제가 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아동 3명 중 2명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락다운)기간 중 교사와 연락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이에 해당됐다. 교육기관과의 심각한 단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롬복섬 한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산족 15세 소년과 12세 소녀. (출처: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롬복섬 한 마을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산족 15세 소년과 12세 소녀. (출처: 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교육 분야의 불평등은 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빈곤 가정의 아동 중 원격 학습을 위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아동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스로를 빈곤층으로 분류하지 않은 가정 조차도 19%만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동의 10명 중 8명은 학교가 휴교한 뒤 새로 배운 것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의 잉거 애싱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불평등이 확대돼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며 아이들의 건강, 음식, 교육, 안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가가 아동의 삶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난 몇 달간 글로벌 사회가 놓친 것을 회복하기 위해선 모든 계획의 중심에 아동의 요구·의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각성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아동보호 분야는 만성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해외개발원조는 0.6%, 인도적 지원금은 0.53%에 불과하다.

‘아동폭력 예방 글로벌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폭력 종식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는 89%나 되고 국가계획은 최소 1개 분야에서 80%가 해당 계획을 가진 반면, 이 계획에 자금을 지원한 국가는 실제로 20%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은 이미 부족한 자금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아동 폭력, 아동 결혼, 여성 성기 절단, 그리고 여성과 소녀에 대한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해온 모든 노력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 추산에 따르면,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코로나19로 인해 1300만건의 아동 결혼과 200만건의 여성 성기 절단(FGM)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아이들은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소외돼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교육, 보건 영양, 정신 건강, 사회적 안전망 구축 등에 신속한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가운데 가정, 교육, 보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가운데 가정, 교육, 보건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출처: 세이브더칠드런)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아동학대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아동단체협의회는 지난 6월 8일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할 아동학대 피해를 우려해 성명문을 내고 “사회적 재난 시,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아동보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외출과 외부 활동의 제한이 많은 상황에서 개학이 지속적으로 연기되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와 아동들 모두 심리적으로 지쳐가고 있으며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기관을 통해 노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대는 가정에서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며 “발견이 늦어질수록 아동들이 겪을 피해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 코로나19는 종식되지 않았고, 사회적 재난은 우리 사회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며 “아동보호체계와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아동들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아동학대 사건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14일 인천 한 다세대 주택에서 보호자가 나간 사이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초등생 형제가 불길에 휩싸여 크게 다치고 의식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형제를 방임·학대한 혐의로 유일한 보호자인 이들의 어머니를 불구속 입건했다.

형제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한 데에는 형제의 어머니의 양육 태도와 코로나19 사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형제의 어머니가 손찌검 등 폭력을 행사한 의심 정황이 있고 아이들만 놔두고 집을 비우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확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지난 5월엔 인천가정법원에 어머니와 형제를 분리하고 보호해달라고 청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리보다는 심리 상담을 권고하며 상담 위탁 보호 처분 판결을 내렸다. 이에 어머니와 형제 모두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고, 형제는 집에만 머무르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행정적·법적 조치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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