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tvN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출처: SBS, tvN)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tvN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출처: SBS, tvN)

아프지만 꿈을 좇아가는 청춘

브람스, 차분하지만 매력 있어

청춘기록, 밝지만 현실감 높아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청춘(靑春).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푸르른 이 단어는 어느 순간 우리 시대의 아픈 단어가 됐다. 극심한 취업난에 맞물려 어느 순간 청춘은 도전보다 포기를 하는 N포 세대가 됐고 꿈과 희망 보다는 현실을 더욱 마주보게 됐다.

그래서일까. 최근 드라마에서도 사랑과 우정을 논하는 반짝임을 중무장한 청춘드라마 보다는 미스터리, 범죄, 판타지 등 장르드라마가 인기였다. 하지만 서늘해지는 가을에 다시 돌아왔다. 현실의 아픔을 가득히 안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사랑과 우정도 머금은 채. 바로 1시간 차이로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브람스)’와 tvN 드라마 ‘청춘기록’이 그 주인공이다.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출처: SBS)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포스터(출처: SBS)

◆ 잔잔한 클래식과 같은 청춘들

지난달 30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브람스는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와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박은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랑까지 함께한다. 민재는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을 한 뒤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돼 전 세계를 다닌다. 수도 없이 다니는 연주회로 몸과 마음이 지친 그에게 1년의 안식년이 주어져 한국에 돌아왔지만 가난한 그의 집은 매번 발목을 잡는다. 대출 한 번 받기 힘든 그의 삶은 마치 빛 좋은 개살구 같다. 남들은 그의 재능이 부럽다고 말하지만 그는 버겁기만 하다.

어린시절 어려운 형편 때문에 피아노를 포기해야할 때쯤 기적같이 나타난 경후 장학재단의 후원은 알고 보니 누군가의 목숨 값이었다. 경후 그룹 회장의 딸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생긴 후원금이었다. 준영은 그것을 갚기 위한 마음으로 엄마를 잃은 이정경(박지현)에게 친구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경의 생일마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쳐줬고 위로가 되길 바랐다.

이런 그에게 송아는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존재로 나타났다. 만나면 웃음이 나는 사람. 하지만 송아는 그의 재능이 부럽다. 송아는 서령대 경영학과를 다녔지만 남들 취업에 뛰어들 때 꿈을 좇았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미쳤다고 말렸지만 4수 끝에 같은 대학 음대 바이올린 전공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 음대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재능 많고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란 힘들었고 송아는 점점 겁이 많아졌다. 서른을 앞둔 29살.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지만 앞으로 미래가 불분명한 가운데 들려온 준영이 연주한 ‘트로이메라이’는 눈물을 나게 했다.

소재만큼이나 연출, 스토리 모두 클래식하다. 그것이 섬세하게 구성된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제목에 드러나는 브람스의 인연을 작가는 끌고 왔다. 브람스는 선배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사랑했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준영의 친구인 한현호(김성철)와 정경은 예쁘게 만나는 연인이었고 셋은 언제나 함께했다. 그래서 정경을 바라는 마음을 준영은 조용히 삭히고 만다. 송아도 마찬가지. 서령대 아마추어 클래식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만난 윤동윤(이유진)과 강민성(배다빈)은 송아에게 친한 친구들이다. 동윤과 민성은 잠깐 사귀었다가 헤어졌지만 민성은 여전히 동윤을 좋아하기에 송아는 동윤을 향한 마음을 조용히 접는다. 이렇게 비슷한 준영과 송아가 만났다.

이런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잔잔한 클래식 배경은 코로나19로 지쳐버린 시청자들을 위로하듯 다가온다. 작가와 PD 모두 신인이지만 클래식을 전공한 작가의 이야기는 울림있게 다가왔고 신인 PD의 섬세한 연출은 따뜻하게 만들었다. 서른을 앞둔 29살 청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공감대가 만들어지며 응원하게 된다.

tvN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출처: tvN)
tvN 드라마 청춘기록 포스터(출처: tvN)

◆ 밝지만 아픈 그들의 청춘

지난 7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청춘기록은 박보검이 군 입대를 하면서 남기고 간 작품이자 기생충으로 눈도장을 찍은 박소담과 떠오르는 모델 출신 배우 변우석의 출연으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거기다 닥터스, 사랑의 온도 등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와 비밀의 숲,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함께해 기대감을 높였다.

청춘기록은 브람스보다 조금 더 활기차고 직설적이다. 모델로 정상에 오른 적이 있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적은 사혜준(박보검)은 배우로 나가고 싶지만 쉽지 않다. 매니지먼트 사장은 모델료를 주지 않고 아버지와 형은 더 이상 믿어주지 않는다. 거기다 입영통지서까지. 반면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한 친구 원해효(변우석)는 승승장구한다. 혜준이 원하던 감독의 오디션에 해효는 붙었고 단독 인터뷰도 계속 들어온다. 처음에는 부러워하지 않았는데 해효를 보면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치민다.

혜준의 팬인 안정하(박소담)는 어린 시절 집이 없는 서러움을 알았기에 공부를 열심히 했고 대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꿈을 놓을 수 없던 정하는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고 어시스트로 일하고 있지만 상사의 눈 밖에 났다.

청춘기록의 혜준과 정하는 주체적이지만 짠하다. 정하 샵의 원장 말처럼 이제 연예인도 해효처럼 집안이 괜찮아야 잘 나간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현실의 청춘들에게 얼마나 뼈아픈 말인지 모른다. 앞으로 나가고 싶지만 집이 발목을 잡고 가족마저 그 꿈을 지지해주지 않을 때, 결국 현실을 바라본다. 하지만 혜준은 이 상황에서도 밝게 나가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군대를 더 미뤘다. 그리고 배우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그의 모습을 시청자들은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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