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을 덮친 코로나19는 정치와 사회,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 경제 상황은 내일을 예단하기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반면 K방역 성과는 대한민국 국격 상승에 기여했고, 전세계 공장가동률 감소로 미세먼지가 사라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게 됐다. 천지일보는 [코로나&코리아]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분야별 상황을 정리하고 ‘위드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2020년 1분기 월별로 발생한 이용자 수의 산술평균값 (제공: DMC미디어)
2020년 1분기 월별로 발생한 이용자 수의 산술평균값 (제공: DMC미디어) 

1인 미디어, 시간·장소 한계 없어

코로나19 관련 정보 전달하기도

비대면 소통 일상화에 ‘큰 공’ 세워

“1인 미디어는 더욱 발전할 전망”

갈수록 큰 인기 누리는 1인 방송

급성장 만큼 부작용 우려도 나와

“선동·가짜뉴스 유발할 가능성도”

[천지일보=손지하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도 벌써 수개월이 됐다. 코로나19는 전 세계 모든 분야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코로나19로 가장 성행한 분야 중 하나인 ‘1인 미디어’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1인 미디어란 인터넷상에서 가장 개인화한 서비스로, ▲미니홈피와 같은 이미지 기반의 서비스 ▲블로그와 같은 정보 기반의 서비스 ▲트위터·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쓰인다.

1인 미디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모임·만남·외출을 자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시간·장소에 한계가 없는 1인 미디어는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정보를 전하다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 (출처: 알리사 밀라노 트위터)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 (출처: 알리사 밀라노 트위터)

코로나19 시대에 1인 미디어가 주로 했다고 볼 수 있는 일로는 ‘코로나19 정보 전달’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1인 미디어를 통해 이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위험성·심각성을 알렸다.

많은 유튜버가 영상을 통해 ‘코로나 증상’ ‘자가 진단법’ 등을 설명했고, 어떤 유튜버는 자신을 코로나19 확진자라고 소개하며 병원에서 치료받은 과정을 그려내기도 했다.

또 시간이 흘러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이 늘면서 코로나19의 후유증에는 뭐가 있는지까지 1인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코로나19 완치자인 미국의 할리우드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달 9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빗질 한 번에 이만큼 머리가 빠졌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제발 마스크를 써 달라”고 말하며 코로나19 후유증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페이스북에는 환자들이 아예 ‘코로나 생존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겪은 후유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부산 47번 코로나19 환자였던 박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가 지난달 17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달 30일에는 한 완치자가 네이트판(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0대 여성 코로나 완치 후기(후유증 有)’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은 1인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삶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이 유튜브에 ‘퇴사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다 보니 이른바 ‘집콕 브이로그’를 촬영해 올리거나 자가격리 일상을 찍어 공유하는 등 코로나로 인해 변화한 일상을 보여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외에도 ‘포스트 코로나’라는 코로나19 이후의 사회·경제적으로 변화된 새로운 일상을 상상해 묘사한 영상을 제작해 공개하는 유튜버도 나왔다.

◆온라인상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다

앞서 소개한 미국 배우 알리사 밀라노처럼 일부 스타는 코로나19에 걸린 후 1인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외모지상주의’ ‘인생존망’ ‘싸움독학’ 등의 웹툰을 연재 중인 박태준 작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입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모습과 건강 상태를 올리는 등 근황을 팬들에게 알렸다.

이뿐 아니라 코로나19 시대에서 1인 미디어는 점점 쌍방향 소통에 용이해지는 모습으로 발전했다.

이전에는 한 사람이 인터넷상에 영상이나 글을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채팅을 치거나 댓글을 남기는 방식으로 소통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람 간 만남·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대신해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가 각광 받고 있다.

점점 강화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학원 등 교육 시설의 운영은 어려워졌고, 교회에는 대면 예배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1인 방송 플랫폼에는 학원 강의와 교회 예배 등의 영상이 급증했다.

교육, 강의, 예배 등 코로나19 확산 이전엔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에 모여서 진행했던 일들을 이제는 사람들이 1인 방송 플랫폼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 해결하고 있다.

이 외에도 ZOOM(줌), LINE(라인), Skype(스카이프) 등의 화상 애플리케이션이 활용되기도 했다.

국립목포대학교 교육혁신개발원이 지난 8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 속에서 재학생들의 미디어 소통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영상제작 교육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제공: 국립목포대학교) ⓒ천지일보 2020.9.9
국립목포대학교 교육혁신개발원이 지난 8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 속에서 재학생들의 미디어 소통역량 향상을 지원하는 영상제작 교육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제공: 국립목포대학교) ⓒ천지일보 2020.9.9

◆‘집콕’ 중 무료한 일상을 달래주는 1인 방송

1인 미디어 하면 자연스레 1인 방송이 떠오를 만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터넷 방송계 시장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하고 미디어 기술의 발전으로 고화질 영상 촬영과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해졌고, 동영상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가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1인 방송과 영상 콘텐츠는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이 줄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의 생활에서 무료함을 달래주며 환영받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밝은 전망의 1인 미디어

이처럼 1인 미디어는 언제, 어디든 인터넷이 있고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선 실시간으로 만나는 것도 가능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쉽게 만나지 못하는 지금, 1인 미디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1인 미디어를 통해 학원에 오지 못하게 된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면 예배로 진행할 수 없던 예배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된 상황에서도 SNS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를 빠르게 알아챈 방송 플랫폼 운영진들은 누구나 손쉽게 방송·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온라인 강의나 학습 콘텐츠, 예배를 포함해 종교 관련된 콘텐츠 등의 공개 방송에 ‘다시보기 영구 저장 서비스’를 지원하고, 방송 홍보를 위해 ‘핫이슈’ 방송 지원, ‘테마형’ 편성을 통해 방송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코로나 상황 속 1인 미디어에 대해 “만일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온라인(1인 미디어)을 통해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사람들이 (1인 미디어의) 편리성·신속성 등 장점을 인식하게 되면서 앞으로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 같다”며 “코로나 사태 속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는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예전엔 온라인상에서의 ‘나’와 현실에서의 ‘나’가 다르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걱정스럽게 보기보다는 우리가 어떤 새로운 것들을 갖춰 나갈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사들이 6일 주일정오예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아프리카TV 캡처)
목사들이 6일 주일정오예배를 생방송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아프리카TV 캡처)

◆큰 인기 누리는 1인 방송… 뒤따르는 부작용

기존의 1인 방송 콘텐츠로는 게임, 라디오, 음악, 먹방 등이 있었는데 코로나19와 관련된 콘텐츠까지 대거 창작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에 1인 방송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1인 미디어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속칭 ‘뒷광고’와 유해 콘텐츠, 가짜뉴스 문제 등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뒷광고란 광고가 아닌 순수한 리뷰인 척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뒤로는 돈이나 반대급부를 받는 형식으로 이를 홍보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많은 유튜버가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에는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등 사건들이 있었으며, 1인 미디어 시장에서의 규제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줬다.

이와 더불어 음란물을 비롯해 미성년자들에게 유해한 영상물이 빠르고 폭넓게 유통되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1인 방송을 통해 목소리를 내기도

왼쪽부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출처: 연합뉴스)
왼쪽부터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 (출처: 연합뉴스)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에 따라 양극단으로 나뉜 정치 방송 유튜버들이 1인 미디어를 통해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자신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들이 근거 없는 의혹과 음모론을 제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한 후에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직접 녹음한 음성을 공개하는 등 유튜브 방송을 이어갔다. 전 목사는 자신은 방역지침을 어기지 않았는데 정부와 방역 당국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걸린 주옥순 보수단체 대한민국 엄마 부대 대표도 유튜브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주 대표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에도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며 “코로나 공작 요원들이 신천지에 코로나19를 살포했고, 사랑제일교회에 불순 세력들이 침입해서 퍼뜨렸다고 본다”며 “갑자기 8.15 집회를 앞두고 코로나19을 터뜨리는 건 불순 세력이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주 대표는 입원 후에도 병원에서 본인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 본인이 역학조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은 새누리당 차명진 전(前) 의원과의 대화 내용을 여과 없이 방송하기도 했다.

구독자가 129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입원한 상태에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 현 정부가 방역 조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전문가들은 정치 유튜버의 자극적인 발언이 진영 갈등과 여론 분열을 부추기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인 미디어의 특성상 파급력·전파력이 센 만큼 사람들을 선동하기도 쉽기 때문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등 불순한 의도로 이를 악용했다간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맹기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명예교수는 “장소의 제약이 없는 가상공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방송을 내보내면 선동이나 위험한 가짜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자신의 목소리라고 해서 1인 미디어를 통해 다 내도 되는 것이 아니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며 “방송의 기본은 객관성, 균형성, 사실성이지 울분을 토하듯이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전하면 많은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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