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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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는 미국의 전방위 공격이 예리하다. 화웨이를 제재하더니 SMIC(中芯國際集成電路)를 서서히 블랙리스트에 올릴 기세이다. 화웨이와 더불어 중국 반도체의 자주적 입국을 달성할 양대 축을 잘라 버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도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반발한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7일 “미국이 근거도 없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력을 남용한다. 중국 기업에 제재를 한다. 이는 적나라한 패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거의 흥분을 삭히지 못하는 수준이다. 점잖은 외교적 언사가 아니고 전쟁 중인 국가 간 혈투를 할 때 나오는 어감이다.

반도체와 관련된 전운이 확산일로이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5G 이동통신, 미사일 유도장치 장착 등 전산업 분야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부품이기에 중국의 반발은 사활적이다. 반도체 자급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중국은 안타깝게도 미국의 도움 없이는 지금 당장 필요한 반도체를 구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약한 고리를 미국이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넷 산업과 테이터 플랫폼 기업을 육성해, 산업화에는 뒤졌지만 정보화와 기술 첨단화를 이루어 중국몽을 실현하고자 했던 시진핑의 꿈이 동토로 접어 들어가고 있으니 중국의 고민은 그야말로 한둘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를 주도하려고 했는데 약점은 반도체에 있었다. 충분한 자체 생산이 안 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먼저 화웨이가 나서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했다. 성공을 거두어 대륙을 흥분시켰다. 그것도 잠시 이것을 받아 생산해줄 생산설비가 없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맞서고 있는 대만의 TSMC(臺灣積體電路公司)에 부탁해 생산에 들어갔다. 이 회사도 미국이 제재하겠다고 하니 발을 빼고 있다. 9월 15일부터는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정식적으로 중단한다.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붙었다. 대안으로 선택해 공급요청을 했던 곳이 SMIC였다. 그런데 이때다 싶을 정도로 미국의 칼날이 SMIC까지 치고 들어 온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에게 두 손을 다 들게 만들고 있다. 화웨이가 20% 이상의 매출을 일으켜주는 회사인데 거래하지 말라는 것이다. SMIC도 비밀리에 중국 인민해방군에 공급하고 있으니 미국의 제재 대상 회사인데, 너희가 화웨이와 한통속이 아닐 수 없다는 미국의 엄격한 판단의 결과인 것이다.

문제는 화웨이 SMIC뿐이 아니고 중국 반도체 업계 전체로 확산일로에 있다는 것에 중국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도체는 하나의 체인으로 중소 스마트폰 업체, 통신회사 등으로 연결돼 있다. 팹리스라고 일컫는 반도체 중소 설계업체까지 타격이 미친다. 그야말로 중국은 풍전등화(風前燈火)이다. 필수 불가결한 고성능 반도체의 자급은 사라지는가. 아니다. 힘들지만 이것도 지구전을 통해 승리를 획득하려는 심산이다. 미국과 소련이 원자탄 기술을 주지 않아, 그 어려웠던 1964년에도 핵 개발을 자주적으로 했다. 못할 리가 없다는 굳건한 의지를 다진다. 반도체 독립은 핵 자체개발할 때와 같이 중요하다고 전의를 더욱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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