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이어 또 수만명 집회 신고

광화문집회 참여 단체들, 정은경 6개 혐의 고발

야당의 우군에서 야당의 엑스맨이 된 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후 방역방해 행보에 여당 지지율 반등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광화문집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보수단체들이 방역당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수만명이 모이는 개천절 집회를 신고했다.

보수단체가 방역당국을 고발하고 새로운 대규모 집회 신고까지 하는 등 노골적으로 방역당국에 반기를 들자 보수단체가 코로나19 재확산의 복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보수단체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감염병과 관련해 방역을 방해하는 행보를 이어가면서 되레 여당 지지도 상승에 기여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수단체가 여당을 돕는 야당의 엑스멘이 되고 있는 격이다.

◆광화문 집회 이어 또 수만명 개천절 집회 신고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에는 개천절인 오는 10월 3일 광화문 일대에 자유연대, 우리공화당 산하 ‘천만인무죄석방본부’ 등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 광화문 일대에 각각 2000명, 3만명 집회를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집회 불허를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집회는 불허될 전망이지만 지난 광화문집회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이 촉발된 상황에 또다시 보수단체가 수만명에 이르는 개천절 집회를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비웃는듯한 이런 태도가 코로나19 방역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검사만 하면 양성’ 등 정부 방역을 불신하는 가짜뉴스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면서 집회 참석자들이 검사를 회피하는 등 방역 방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랑제일교회·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랑제일교회·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정 본부장 ‘원색적 비난’에 ‘살인죄’로 고발까지

광화문집회에 참여한 보수단체들이 4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살인죄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방역고발연대·공권역감시국민연합·자유민주국민운동·공권력피해시민모임 등은 정 본부장을 “가짜영웅” “정치방역의 앞잡이”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국민을 코로나19 공포로 몰아넣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 초기 전문가들이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정 본부장은 이를 정치적 의견으로 묵살했다”며 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 본부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직무유기죄 ▲불법체포 감금 교사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교사죄 등의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보수단체 행보 주도했던 사랑제일교회는?

보수단체의 방역당국 고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측은 지난달 26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과 강요죄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종교의 자유에 의해 예배드릴 권한을 정부가 강제로 막았다는 등 이유에서다. 사랑제일교회 담임 전광훈 목사는 박근혜 탄핵 이후 보수단체 집회를 주도해왔다.

광화문 집회 이후 이미 1000명 넘은 코로나19 관련 확진자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는 그간 방역당국과 지속적으로 대치 양상을 보였다. 전 목사는 그간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정치행보를 하며 선거철마다 정당도 창당했다.

문재인 정부에 밉보일 소지를 갖고 있었지만 그간 한기총 대표회장 등의 감투를 앞세워 극우 지지세력을 이끌어 왔다. 그러다 지난 광복절 집회 이후 사랑제일교회발 확진자가 폭증하자 “검사만 하면 양성을 만든다”는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신도들이 검사를 기피하도록 했다. 전 목사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최근까지 치료를 받았다.

지난 2일 코로나19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이 계속 국민을 속이면 지켜보다가 순교하겠다”고 하는 등 거세게 문 대통령을 비난했다.

또 “정부가 틈만 나면 사랑제일교회를 제거하려고 한다”면서 “우한바이러스(코로나19) 사건을 통해 모든 것을 사랑제일교회에 뒤집어 씌워서 사기극을 펼치려 했다”고 주장하는 등 자극적인 발언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발 확산은 전국 단위로 지속되고 있으며, 지역교회는 물론 의료인, 지역 김치공장 근무자까지 확진자 부류도 다양하다.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성북구 한 체육입시학원의 경우 무작위 검사에서 원생의 약 30%가 양성판정을 받는 등 성북구는 현재 서울에서 10만명당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확인되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개신교 안에서도 전광훈과 선 긋기

개신교계 내부는 사랑제일교회로 인해 개신교 전체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자 선을 긋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목숨 걸고 예배’라는 입장인 반면, 한쪽에서는 ‘방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면서 전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선을 긋기에 바쁜 모습이다.

예장 백석대신총회는 전광훈 목사 면직 및 제명 처분을 의결했고, 예장 고신은 지난달 24일 전 목사를 ‘이단옹호자’로 결론내렸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전 목사에 대한 이단판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기독교원로모임은 더 완강한 입장이다. 전광훈 목사로 불러선 안 되며 추종자들을 사교집단이라고 비판했다. 9~10월 진행되는 개신교 교단 총회에서는 전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야당의 엑스멘이 된 ‘보수단체’

박근혜 지지세력과 손을 잡았던 보수 야당이지만 최근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보수단체는 야당의 엑스맨이 되고 있다. “문재인 하야”와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반짝 반등했던 제1야당의 지지세는 돌아섰고, 문 대통령 지지자를 규합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발언과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방역당국에 비협조적인 모습이 보수단체 전체의 이미지로 대변되면서 되레 여당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천지일보 창간11주년 토론을 통해 “전광훈 목사가 방역에 협조를 하지 않고 음모론만 퍼트리고 있어 하락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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