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코리아] 바이러스처럼 번진 ‘기독교 포비아’… “이젠 목사만 봐도 식겁”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교회 다니지 마. 그거 꼭 다녀야해? 너도 물들까봐 무섭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28, 여)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이러한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는 “교회를 다닌다 하니까 어쩐지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느낌도 든다”면서 “코로나가 끝나도 어디 가서 이제 교회 다닌단 말을 꺼내지 못할 것 같다”며 심란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예배를 강행하거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계속해서 일탈 행위를 일삼는 일부 교회로 인해 개신교 자체를 기피하거나 혐오하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교회에 대한 비난은 곧 전체 교회로 번졌고 이젠 교회를 넘어 종교라면 무조건 거부감을 드러내는 현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집단 감염 사태의 중심에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 곳곳에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받지 않겠다’ ‘교회 관계자분은 출입을 자제해주시기 바란다’는 등의 문구가 나붙었다. 인근 상인들 역시 “교회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며 극도로 경계하거나 “교회 소리만 들어도 치가 떨린다”며 분노를 강하게 표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랑제일교회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경기 포천시 거주 중인 대학생 박모(25, 여)는 “난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집안의 종교가 개신교라 존중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로 종교인들에 대해 편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믿음이나 사상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지 않느냐”며 “이젠 길에서 교회 전단지만 봐도 꺼림칙하다”고 했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 노골적이다.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회 다닌다고 하면 이제 믿고 거른다” “개독교·개목사들 싸그리 잡아 구속 수감시키자” “망국의 개독교” 등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일각에선 개신교가 그렇게 비난했던 신천지와 비교하는 멘트들도 나오고 있다.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개신교에 비하면 신천지는 양반” 등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통계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 측이 1일 ‘코로나19 종교 영향도와 일반 국민의 개신교 인식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과 현재의 종교별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3.3%가 “개신교의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종교인들은 고충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도권 지역에서 소형 교회를 시무하고 있는 최모 목사는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교회를 둘러싼 동네 분위기부터 달라졌다”며 “내가 목사란 걸 아는 사람들은 째려보거나 식겁하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의 일탈이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교계 내에선 반성이 나오고 있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최근 “이웃은 물론 교회도 보호하지 못했고 교회를 바라보는 여론을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었다”는 자성이 담긴 입장문을 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한국 교회에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몇몇 교회의 비상식적·반사회적 행동과 일부 교회 관련 단체들의 몰상식적 대응으로 인해 교회가 방역 방해 집단으로 오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회를 지키겠다고 세상을 공격하고 함부로 무시할수록 교회는 더 허물어지게 될 것”이라며 “하나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제물은 많은 사람을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봉호 고신대 명예교수는 최근 교회발 집단감염에 대해 “입이 100개라도 할말이 없다”며 “교회는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