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력

최상호(1954 ~ )

 

저렇게

가슴 저리도록 반짝이는 별도

과학 속에서는

그저 한 개 가스덩어리일 뿐

가장 푸르고 아름다운 별일수록

가장 뜨겁고 잔인한 핵융합의

덩어리일 뿐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마라

그냥 그대로

부족한 시력으로 쳐다보아야

가슴 다치지 않는 것

늘 다치지 않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시평]

사랑, 그것은 마치 멀고 먼 천공(天空)에서 반짝이고 있는 별과도 같은 것이다. 어둠을 가르고 아스라이 우리의 가슴에 다가와서는 이내 부서지고 마는, 그래서 우리에게 영원히 잡히지 않는 멀고 먼 반짝임 같은 것, 그것이 사랑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연연히 바라다보는 저 별이 그저 한 개의 가스덩어리에 불과하고, 또 가장 푸르고 아름다운 별일수록 뜨겁고 잔인한 핵융합의 덩어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듯이, 우리의 가슴 저미던 사랑, 알고 보면, 다만 뜨거운 서로의 목마름일 뿐, 그 이상도, 또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랑을 향한 우리의 마음,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의 사람들,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 말라고, 그냥 그대로 부족한 시력으로 쳐다보아야 한다고 말들을 해도. 그래서 그냥 그대로 쳐다만 보아야 가슴 다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들을 해도. 늘 마음 다치는 것, 그래서 가슴 아픈 것, 그것이 사랑이기에, 다가갈 수 없는 머나먼 밤하늘 별빛 같은 사랑을 향해, 오늘도 사람들 그 마음 자신도 모르게 달려간다. 어쩌면 더 크고 더 뜨거운 핵융합,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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