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8

검찰 “국정농단 대법 상고심서 삼성 승계작업 현안 인정”

이재용 측 “구속심사+앨리엇 재판 등서 ‘합병 적법’ 확인”

이복현, 대전 전보… 김영철, 특별공판2팀장으로 공소담당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이 삼성 불법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의 공방은 이제 법원에서 이어지게 됐다. 양측 모두 법원 판결을 기반에 두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 실제 법원 판단이 관심을 끈다.

다만 수사를 책임졌던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 부장검사가 지역으로 전보되면서 공판 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삼성 임원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 2018년 12월 시작된 수사는 1년 9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최소비용으로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그룹이 ‘프로젝트 G’라는 승계계획을 만들고,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도록 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합병 거래의 단계마다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매입을 통한 시세조정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9.01.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 중 하나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연루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최서원씨와 연관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이라고 결론 내리면서 검찰은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의혹을 정조준했다.

당시 대법원은 영재센터 지원이 ‘승계작업 도움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검찰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승계작업’의 정의를 명시한 다음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은 이 부회장을 위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서, 그룹 총수를 보좌하는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추진한 것임을 명백히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최씨의 재상고심 결과도 인용해 “(당시 대법원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주도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합병을 추진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이 사건 합병 등 승계작업에 대한 지원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사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미 대법원에서 승계작업이 실재했다고 인정한 만큼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은 이 같은 부분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천지일보DB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 뿐 아니라,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 받았다”며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 판단은 국민의 판단이며, 그렇기에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존중했다”면서 “그런데 유독 이 사건만 기소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저마다 법원 판결을 주장 근거로 내세우면서 실제 재판 공방이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수사 책임자였던 이복현 부장검사가 최근 검찰 인사로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 나고, 함께 수사 실무를 맡던 최재훈 부부장검사가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장으로 전보되면서 공판 유지에 공백이 생겼다.

이 부회장 기소에 이견이 없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 부장의 인사이동에 대해선 신중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수사를 계속 이끌던 이 부장이 기소 여부와 향후 추가 수사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부장은 그대로 전보됐다.

대신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에 특별공판2팀을 새로 구성했다. 그리고 이 부회장 수사팀 핵심 역할을 하던 김영철 부장검사(33기)가 팀장을 맡아 이 부회장 관련 재판을 책임진다. 경제범죄형사부 소속 검사 일부를 공판팀에 재배치할 것으로도 알려졌다.또 이복현 부장과 최재훈 부부장도 공판 때는 서울로 올라와 힘을 보탤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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