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줄이기 나선 기업들
명예·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본사·연구소서 확진자 속출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산업계에서 시름시름 앓은 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진정세를 보이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코로나19 종식을 기다리던 이들의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고 각 사업장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 및 방역을 하고 있다. 계속된 적자에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인력을 줄이거나 무기한 무급휴직을 돌입하는 등 전 산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혔던 항공 및 여행 업종은 위기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달까지 전체 직원 수(1300명)의 절반이 넘는 700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을 밝혔다. 앞서 상반기에도 500여명을 구조조정한 바 있어 모두 12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여행업계 1·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7월 해외여행 모객 수는 지난해 대비 각각 99.3%, 99.5%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하나투어는 지난 6월부터 직원의 80% 이상이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모두투어는 7월까지 실시해 온 유급휴직을 지난달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6월에 만 58세 이상(1961년~1963년생)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롯데의 명예퇴직 시행은 2004년 이후 16년 만이다. 호텔롯데는 명예 퇴직자에게는 퇴직금과 함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극장가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업계 1위 CGV는 지난 3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대상은 근속 10년 이상 근무자였다. 나머지 직원들은 주 3일 근무 체제로 전환했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도 진행 중이다.
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권고사직에 이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전 임직원 900여명 중 근속 기간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한화무역은 근속 1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최근 입사자는 지난해 상반기 공채로 사실상 250명 모든 직원이 희망퇴직 대상이다.
유통업계에선 롯데마트가 희망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롯데마트의 무급휴직은 1998년 매장을 연 후 처음이다.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3월부터 이미 각각 무급휴직과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뉴코아·NC 등 도심형 아울렛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도 부실 점포를 철수하고, 창사 40년 만에 첫 관리직 무급 휴가를 권고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CJ푸드빌은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지난달 30일까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 주력 매장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 23일까지 유급휴업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신고한 사업장은 7만 7453곳으로 지난해(1514건)의 51배에 달했다. 정부가 최근 여행업·항공업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에 한해 지원기간을 60일 연장했지만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이 끊기는 영세 중소기업에서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사업장에도 확진자가 속출해 기업들은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연구동을 비롯해 LG전자 서울 가산 및 서초 R&D캠퍼스, SK그룹 본사 사옥인 서울 서린빌딩, 쿠팡 잠실 본사 등이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다.
이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와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방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 비교적 재택근무가 어려운 제조업 등은 출근 인원을 조정하거나 공장에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등 방역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