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31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혜원스님의 종교산책’ 제17회가 ‘낡은 것과 새것’을 주제로 진행됐다.

진행자인 혜원스님은 알면 쓸모 있는 종교상식 ‘알쓸종상’ 코너로 예로부터 민속신앙으로 전해내려온 ‘풍수지리’에 대해서 살폈다. 단순한 무속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풍수지리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어 민족도교 김중호 도장은 ‘시대를 빛낸 종교인물 50인’ 코너에서 두 번째 인물로 어머니로부터 기독교 신앙을 유산으로 대물림해 받은 시인 ‘박목월’를 조명했다.

이어 종교이슈3 코너에서는 천지일보 강수경 기자가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확산에 따른 교회들의 상반된 대응, 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 논란, 조계종 자현스님 징계처분 확정 등의 이슈를 다뤘다.

◆자손의 복과 번영을 바라는 염원 ‘풍수지리’

‘조상의 묘(墓)를 잘못 쓰면 후손이 망한다’는 옛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묏자리에 신경을 많이 써 왔다.

이는 민간신앙과 관련이 있는데, 선조들은 묏자리의 지형·방위 등에 따라 인간의 길흉화복이 정해진다고 믿었다.

이런 이념적 바탕에서 발전된 것이 바로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이다. 여기서 ‘풍수’라는 것은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장풍은 감출 장(藏)을 써서 바람을 ‘갈무리한다’ ‘저장한다’ ‘막는다’ 등의 의미를, 득수는 얻을 득(得)을 써서 사람에게 생명이 되는 물을 얻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풍수지리는 바람을 감추고 물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풍수지리 좋은 묏자리에 신경을 썼던 이유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氣)를 믿었기 때문이다.

풍수지리설의 음택론에 따르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만물은 ‘땅의 영향(지기: 地氣)’과 ‘하늘의 영향(천기: 天氣)’을 받는다.

그런데 살아있는 사람은 받은 천기·지기를 소모해 가면서 살아가지만, 땅속 유골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지기가 저장된다는 것이다.

땅속 유골에 저장된 기가 넘치면 어디론가 전해져야 하는데, 같은 근본인 후손에게 그 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즉 조상의 유골이 좋은 상태로 있으면 후손이 좋게 되지만, 나쁜 상태로 있으면 그 기운이 후손들에게 감응돼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

◆ 자연의 이치 담아 신앙시 쓴 청록파 시인 ‘박목월’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요 ‘송아지’다. 원래는 박목월 시인의 동시인데 음을 붙여서 동요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이 시에는 누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없는 이치를 담고 있다. 얼룩소의 송아지가 황소가 될 수는 없다. 청록파 시인으로 자연의 이치를 시에 담고자 했던 시인 박목월. 그는 일반 시뿐만 아니라 신앙시에서도 이러한 이치를 담으며 필력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신앙심에 영향을 끼친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동시에서도 엄마소가 얼룩소니 송아지도 얼룩소라고 쓴 표현처럼 그의 신앙심은 어머니의 것을 닮았다. 그의 어머니는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겼다고 알려졌다.

그의 시 ‘어머니의 성경’ ‘어머니의 언더라인’을 보면 어머니는 성경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심지어 목월에게 남긴 유품도 성경이 유일했다. 박목월은 이 성경을 자주 읽었다며 자신의 유품으로 자식에 남길 것이라고도 고백했다.

신앙심을 바탕으로 그는 신앙시를 쓰기 시작했다. 박목월은 신앙시의 정의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어느 시인의 신앙시를 읽고 회답한 글에서 “지금까지 내가 대해온 종교시라는 것이 교리(敎理)의 되풀이거나, 찬송가적인 신앙고백에 불과한 것들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것이 신앙시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다만, 신의 눈동자 안에서 우리들의 존재를 인식하며 우리들의 삶의 의의가 그분의 뜻으로 영원하기를 희구하는 일이라 믿습니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신앙시는 단순하게 시를 빚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성실한 체험이 뒷받침해야 하며 신 앞에서 시인으로 시인적인 방법에 의한 신앙의 고백이라야 한다”고 체험에서 나오는 신앙고백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시심이 잘 나타난 시 중에는 ‘가을의 기도’가 있다. 이 시에서 그는 추수 때를 통해 깨달아지는 마음을 표현했다.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자연의 이치를 들어 신을 향한 마음을 담았다.

‘주여 오늘은 거두어들이기에 바쁜 가을입니다.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심이 이처럼 엄청납니다. 이제 온 세상은 추위와 얼음과 눈으로 덮이고 눈보라가 길을 가다 막아도 우리들에게는 따뜻한 거처와 솜옷과 더운 물이 주어지고 불의 요정들이 훈훈한 공기도 감싸주고 있습니다. …중략… 하늘나라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혀와 당신을 숨 쉴 수 있는 코와 슬기로운 눈을 베풀어주시고 드디어 주께서 거두어들이시는 광우리에 알찬 열매로 담기게 하옵소서. 할렐루야.’

그는 자선집을 통해 “기독교 신앙시라 함은 신자가 자기 신앙심을 직접적으로 표출한 시를 말하며, 따라서 일반적인 시에서 추구하는 애매모호하고 난해한 은유나 상징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앙과는 관계없이 기독교적 소재를 단편적으로 시에 도입했다고 해서 그것을 신앙시라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기독교적인 표현으로 흉내만 내는 신앙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자신의 시 세계를 ‘168㎝(자신의 키)를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낮은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이 쓰는 시에 대해서는 “내 삶을 밝혀온 지극히 작은 등불이었다”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