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무기력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5개월간 후유증 겪고 있는 대구 완치자

“종일 멍하고 무기력, 일상생활 불가능”

“간수치상승, 체력저하로 운동도 못해”

“완치자 후유증 조사해 대책 마련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유증은 정말 무섭고 질겼다. 후유증을 겪는 코로나 완치자들의 호소를 직접 들어보니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세간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천지일보가 24일 전화로 만난 코로나19 완치자 중 한명은 두통, 극심한 탈모, 집중력 저하, 코끝 락스 냄새, 코끝 입술 얼얼한 느낌, 무기력증, 극도의 피로감, 불안감 등을 호소했다. 또 다른 완치자는 간수치 상승, 당뇨, 미각상실, 기억력 저하, 면역력 저하, 잦은 설사, 극심한 체력 저하와 피로감, 두드러기, 대인기피증을 호소했다.

두 사람 모두 코로나 치료 후 나타난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같이 후유증을 앓은 완치자들이 많다”며 “정부가 완치자 후유증 조사에 나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사례#1 “머리 한움큼 빠지고, 무기력감에 시달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전숙현(가명, 58, 여)씨는 올해 3월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시설에 입소했다가 같은달 18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소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초기 잠깐 극심한 두통이 생겼다가 사라진 이후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고 했다. 열도 발생하지 않았고 기타 다른 증상도 없어 격리시설에서의 생활도 큰 무리 없이 지냈다고 했다.

문제는 시설을 나오고부터였다고 했다. 그는 “시설을 나오고 나서 이전에 없던 증상들이 나타났다”며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아파 신경이 쓰였고, 다른 일에는 집중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한손으로 움켜질 수 있을 만큼 빠졌다”며 “락스 냄새를 맡은 것처럼 코끝이 얼얼하고 입술 끝도 이상한 느낌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전숙현씨는 코로나 완치 판정 후 극심한 탈모를 겪었다. 사진은 탈모로 한움큼씩 빠진 전씨의 머리카락. (제공: 전숙현씨) ⓒ천지일보 2020.8.25
전숙현씨는 코로나 완치 판정 후 극심한 탈모를 겪었다. 사진은 탈모로 한움큼씩 빠진 전씨의 머리카락. (제공: 전숙현씨) ⓒ천지일보 2020.8.25

코로나19의 여러 후유증 중에서도 전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증상은 ‘무기력증’이었다. 그는 “매사에 너무 의욕이 없다”며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했고, 그래서 잘 웃고 일도 열심히 했었는데 이제는 하루종일 가만히 있게 되고 자꾸 멍하니 생각이 없어지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기력감이라는 게 머리 속이 텅 비는 것과 같다. 의욕이 없으니 몸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애써 무기력증에서 탈피하려고 병원에 가서 비타민 주사도 맞아보고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에 산에 오르며 운동도 해봤지만 별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전씨는 자신과 같이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정확한 후유증에 대한 파악과 조사, 증상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완치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떤 증상이 있는지 파악해 (완치자들에게) 제대로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몸이 예전과 같지 않으니 여전히 많이 불안하다.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무기력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무기력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례#2 “고기맛도 모르고, 운동도 못해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연정(가명, 57, 여, 대구 남구)씨는 극심한 코로나19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센터에 입소했다가 4월 3일 완치 판정을 받은 그는 퇴소 이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부터 몸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정상이었던 간기능수치는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당뇨의 위험 또한 전혀 없었던 상태였는데 현재는 당뇨 바로 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이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후 일시적인 미각 상실 증상, 기억력 저하, 면역력 저하, 잦은 설사로 인해 평범한 삶을 잃어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날 삼겹살을 먹는데 그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깜짝 놀랐다. 매운 음식도 원래는 전혀 먹지 못하는데 먹어도 매운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속 쓰림도 없었다”며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은 뒤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했다.

이씨를 가장 괴롭게 하는 코로나19 후유증 가운데 한 가지는 급격히 떨어진 체력이었다.

그는 “운동을 너무 좋아해 즐겨 했었는데 이제는 아플까봐 무서워서 하지 못한다”며 “한번은 1시간 정도 운동을 했다가 보름을 앓아 누웠다. 몸을 조금만 사용해도 바로 무리가 오고 3~4일을 앓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보니 직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남편 혼자서 돈을 벌고 있는데 말은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 몸이 이러니 집안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답답하고 속에서는 계속 짜증만 솟구친다”고 털어놨다.

코로나 완치 후 얼굴 두드러기 증상으로 피부과 치료를 받은 이연정씨. 얼굴이 두드러기로 붉게 보인다. (제공: 이연정씨) ⓒ천지일보 2020.8.25
코로나 완치 후 얼굴 두드러기 증상으로 피부과 치료를 받은 이연정씨. 얼굴이 두드러기로 붉게 보인다. (제공: 이연정씨) ⓒ천지일보 2020.8.25

또한 이씨는 “최근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도 올라왔다. 좁쌀만한 게 손가락에도 생기고 몸에도 생겼다”면서 “병원을 가서 진찰도 받고 약도 처방받아 먹어봤지만 낫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코로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이같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이를 통한 상세한 안내가 완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후유증을 앓아도 이 증상이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에 의해서 인지 알 길이 없으니 병원만 더 가게 되고 불안한 마음이 더 커진다”며 “정부가 제대로 (증상을) 파악해서 알려주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내 친구를 비롯해 주변에서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 이런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완치자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제대로 알려주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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