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상 한국무형문화재진흥재단 이사장이 “전통문화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기상 한국무형문화재진흥재단 이사장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지난달 2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기·예능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날 힘을 합쳐 우리네 전통을 지켜 나가자며 모임을 만든 적이 있었지만, 창립할 때 그뿐이었다. 기능은 기능대로, 예능은 예능대로 제각각 자신의 분야만 보존하느라 서로 모일 생각일랑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문화 분야가 현대보다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무형문화재 선생들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는지 전통을 이어가는 데 다시금 뜻을 모아 모임을 만든 것이다. 그 중심에는 김기상 한국무형문화재진흥재단 이사장이 있다.

김 이사장은 처음부터 무형문화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예능인도 아니다. 그는 원래 입법고시를 통과, 27년간 국회에서 일한 공무원이었다. 그가 주로 맡았던 분야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였으며 이곳에서 자연스레 무형문화재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순수예술뿐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많은 장르 중 유독 전통문화가 폐쇄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전통문화를 반드시 지키고 번창시켜야 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나 다른 예술문화 쪽은 전통보다 연구하는 학자, 국가 지원도 많은데 말이죠. 침체되고 있는 전통문화와 관련해 기본 법 하나 없는 현실에 통탄스러울 따름입니다.”

게다가 그가 전통문화에 뛰어든 또 다른 이유는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성격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통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이 체계화 및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면 한국이 지금보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촉매제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전통은 강력한 21세기 문화 블루오션이다.

공무원 옷을 훌훌 털어버리고 막상 무형문화재 분야에 몸을 담아보니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국회에서 전통과 관련해 정책을 펼치고 관련 기관이 일을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평가와 감시하는 일만 하다가 실질적으로 부딪히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김 이사장은 국회에서도 전통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이런저런 안건을 제시했다. 그는 “안건들은 주로 애로사항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다른 분야에 밀려 실행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전통문화 발전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전통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주 모여야 한다. 뭉쳐야 제대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김 이사장은 “뭉쳐지지 않는 것은 여러 계층과 부류에 책임이 있다”며 “전통문화인들 사이에 갈등이 많은데 파벌 및 이해관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국가나 지자체 및 기업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김 이사장은 전통문화를 알리는 데 목숨을 걸 만큼 절실하다. 묘안으로 동포들을 생각했다. 전통을 세계화하려면 현지 교포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들이 먼저 자국의 전통을 제대로 알아야만 주위 현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3년부터 매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지는 ‘뉴욕 추석맞이 한민족 대축제’에 한국무형문화재진흥재단이 함께하고 있다.

“축제는 올해 29년째를 맞이합니다. 매년 추석 즈음해서 뉴욕에 있는 동포들이 모여 모국을 기립니다. 한인 2~3세들에게 우리의 뿌리와 문화를 알려주는 장이 되기도 하죠. 그냥 행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의 단합을 다지는 계기가 되죠. 무려 30만 명이 모입니다. 세계 동포사회에서 펼치는 한민족 축제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축제에 참여한 현지 동포들 반응은 감격 그 자체다. 그는 동포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볼 때마다 뭉클하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부대에도 다녀왔다.

지난 2007 예술인들을 군용기에 태워 군인과 미군·이태리군 등 다국적군인, 이라크 간부들과 국민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군인들은 정작 한국에서 보지 못한 전통문화를 전쟁터에서 직접 보게 돼 신기하고 감동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도 우리 것을 전하기 위해 어디서든 부르면 목숨 걸고 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문화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요즘 들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국민이 전통문화를 몰라도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전통문화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요즘 어린이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배우면서 어디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배웁니까. 음악 교과서에 국악 비중이 늘어났으나 최근 다시 줄고 있습니다. 가르칠 만한 교사가 없기 때문이죠. 부모와 교사가 전통문화에 대해 먼저 알아야겠죠.”

그래서 한국무형문화재진흥재단이 군에 찾아가 전통문화를 알린다. 군인들이 제대하고 후에 결혼하면 자녀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말이다. 김 이사장은 “웰빙과 한류바람을 타고 한식이 세계에서 인정받듯 나머지 전통문화도 스토리텔링 및 콘텐츠화해 우리의 깊은 것을 국내외에 알릴 것”이라고 다시금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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