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뼈를 물고 지나갈 때

박형준(1966 ~  )

 

누가 뼈 있는 말을 던지면
덥석, 받아 문다
너도 모르게 뛰어오르는 것이다
네 안의 주둥이는 재빠르다
말을 던진 사람은 모른다
점잖게 무너진 한 영리한 개가
제 앞에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이것은 복종의 한 종류는 아니고
향후 실체를 좇아야 할 냄새의 영역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물으면 
살맛 안 나는 뼈를 우물거리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짐작 앞에
낑낑대다 앞발로 귀 덮고 말 것이다. 

 

[시평]

뼈 있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보다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에 뼈가 있는지 아닌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다르다. 상대가 무심코 하는 말이라고 해도 그 말의 뼈를 놓치지 않고 듣는다. 그래서 말은 상대를 배려하며, 참으로 조심해서 해야 한다.

뼈 있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참지 못하고 이내 반격을 한다. 그러나 그 뼈 있는 말을 한 사람이 권력자라면, 사정은 다르다. 마치 개가 뼈다귀를 덥석 받아 물듯이, 껑충 뛰어올라 그 뼈 있는 말씀을 받아 물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표정을 애써 짓는다.

우리는 때때로 그렇게 산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데도 애써 그 일을 하며 살아간다. 싫든 좋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살아가려 한다. 그래서 이런 삶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자세냐고 물으면, 살맛 안 나는 뼈를 어쩔 수 없이 우물거리다, 뱉지도 또 삼키지도 못한 채, 낑낑대다가, 그만 앞발로 귀를 덮고 마는, 그런 삶을 살 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질끈 눈을 감고 만다. 아니 때때로 자신이 지닌 부끄러움 스스로 은닉시킨 채, 태연히 살아가고 있음이 우리네 일상적인 삶인지도 모른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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